[책마을] 디지털 치매·우울증…스마트폰 중독, 전염병처럼 퍼진다

입력 2020-04-02 18:15
수정 2020-04-03 02:14
이용자 수 총 40억 명. 이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을 작은 기기 하나를 보고 만지는 데 사용한다. 스마트폰 얘기다. 세상에 나온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그 결과 디지털 치매, 공감과 배려의 상실, 우울증, 여론의 양극화, 민주주의의 위기 등 스마트폰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는 스마트폰이 미치는 부작용을 살펴보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노모포비아’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저자는 독일 뇌과학자이자 울름대 정신병원장인 만프레드 슈피처다. 슈피처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사람의 주의력이 분산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스마트폰이 단순히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스마트폰 전염병’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전염병’으로 규정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작용도 전염병처럼 퍼질 수 있다. 저자는 그 예로 ‘근시’를 든다. 근시가 생명을 좌지우지하진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근시가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비용을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1인당 근시를 치료하는 데 709달러(약 87만원)가 든다고 한다. 이 금액을 2050년 세계 인구의 절반(약 100억 명)에 적용하면 근시 치료비는 연간 3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근시 환자의 10%는 시력 상실 위험까지 떠안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추가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타고 전파되는 가짜 뉴스도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시시각각 쏟아지는 가짜 뉴스를 보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트위터에서 뉴스의 전파 속도를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이 진짜 뉴스보다 가짜 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저자는 “스마트폰은 우리를 똑똑하게도, 행복하게도 해 주지 않으며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며 “스마트폰으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감정 및 지혜를 직접 사람들과 만나 전하고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