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회사채시장 3주만에 재가동…롯데푸드가 문 연다

입력 2020-04-01 17:00
수정 2020-04-01 17:11
≪이 기사는 04월01일(16: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회사채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롯데푸드를 시작으로 10여개 기업이 조심스럽게 자금 조달준비에 돌입했다. 정부의 회사채시장 지원방안이 구체화되자 발행여건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오는 6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회사채 상환재원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500억원어치 발행을 준비했지만 최근 냉각된 시장분위기를 반영해 발행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채권 발행 예정일은 13일이다.

약 20일간 멈춰있던 회사채발행시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17일 포스파워의 수요예측을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공모 채권발행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투자자들의 운용전략이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자금 조달환경이 악화돼서다. 지난 2~3월에만 한국토지신탁 하나은행(후순위채) 키움캐피탈 포스파워 등 4개 기업이 잇달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에 못 미치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자 이달 초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던 대림산업, 한솔테크닉스, SK머티리얼즈 등이 줄줄이 발행일정을 연기했다.

정부의 회사채시장 지원방안이 구체화되자 자금 조달여건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채권 발행 준비를 재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1조9000억원 규모 회사채 직매입을 위한 수요 조사를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회사채 차환(새 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을 하려는 신용등급 ‘A’ 이상 기업으로 정했다. 산은이 채권 발행금액의 30~35%를 인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서도 ‘AA-’등급 이상 회사채와 ‘A1’등급 CP를 담기로 했다. 산은이 중심이 돼서 진행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5조5000억원 규모) 역시 A등급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를 맞은 회사채를 갚기 위해 기업이 새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은이 채권 물량의 80%를 인수해주는 제도다.

채권시장에선 롯데푸드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하나둘씩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기아자동차(3000억원), 호텔신라(2500억원), 롯데칠성(2000억원) 등 10곳이 넘는 기업이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자금 조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3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아차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냉각된 시장 분위기로 차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채권 발행에 나선 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사업에 필요한 운영자금 확보에 팔을 걷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지만 정부의 지원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조금씩 불안심리가 누그러지고 있다”며 “롯데푸드가 성공적으로 회사채 투자수요를 모은다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