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 서울 공연이 출연 배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잠정 중단됐다. 뮤지컬계 ‘원톱’ 배우인 김준수가 출연하는 ‘드라큘라’도 선제적 안전조치로 ‘잠시 멈춤’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에도 공연을 올리던 대극장(좌석 1000석 이상) 뮤지컬들이 모두 중단되면서 공연계의 타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한국 공연을 주관하는 기획사 클립서비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앙상블 배우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이달 14일까지 잠정적으로 공연을 중단한다”고 1일 밝혔다.
확진자는 외국 국적의 앙상블 배우로, 부산에서 2월 9일 공연을 마친 뒤 출국했고 다시 입국해 지난달 1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서울 공연에 출연했다. 체온은 정상이었지만 증상이 나타나 지난달 31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자가 격리 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한 프로덕션 배우와 스태프 등 국내외 공연 관계자 전원인 12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20여 명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출연진은 부산 공연이 끝난 후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돌아갔다가 지난달 전원 입국했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공연 진행 중에도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체온 모니터링을 해왔다”며 “무대와 객석 1열 사이의 거리도 2m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는 폐쇄됐고 긴급 방역이 이뤄졌다. 공연 중단 기간에 예매했던 관객들에겐 예매 취소 안내를 일괄적으로 할 예정이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이달 14일 이후 공연 재개 여부는 내부 논의 중이며 결정되는 대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연진 확진으로 공연이 중단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드라큘라’의 제작사 오디컴퍼니도 이날 공연 중단을 발표했다. 오디컴퍼니 관계자는 “공연계에서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선제적 안전조치로 ‘드라큘라’ 공연을 1~12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대극장 뮤지컬은 대부분 취소됐다. ‘아이다’ 부산 공연, ‘맘마미아!’ 등이 모두 무산됐다. 이런 분위기에도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는 공연을 이어갔다. 확고한 팬덤이 형성된 작품들이라 코로나19 확산에도 예매를 취소하는 관객이 드물었고 꾸준히 관람권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7년 만의 내한 공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했고 지난 14일부터 6월 27일까지 서울 공연을, 이후 대구에서 7월 말까지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드라큘라’도 김준수, 류정한, 전동석 등 스타들의 출연으로 꾸준히 관객 발길이 이어져 왔다. 공연은 오는 6월 7일까지 예정돼 있다.
공연 애호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중소형 작품들도 타격을 입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마마, 돈크라이’는 한 차례 연기 끝에 취소됐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 작품은 2018년 ‘회전문 관객(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관객)’이 가장 많이 보는 작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앙코르 공연도 서울시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방침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중단됐다.
그나마 관람권 판매가 이뤄지던 공연의 잇단 중단으로 뮤지컬 시장은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뮤지컬 전체 매출은 8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인 1월(348억원) 매출의 4분의 1에 그친다. 한 뮤지컬 기획사 관계자는 “3월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공연들의 공백으로 4월 매출은 더욱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