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온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군 항공모함에서도 2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선원 5000명이 있는 이 항공모함에서는 20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선원 3명이 감염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이후 불과 1주일 만이다.
크로지어 함장은 “선내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탑승자 전원을 신속히 하선시키고 격리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선원들을 하선시키기 위해 며칠간 노력했지만 (항공모함이 정박하고 있는) 괌에는 격리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들도 각국 정부의 입항 거부에 공해상을 떠돌며 승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크루즈는 1일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에 자사 크루즈선 2척의 입항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이들 크루즈선의 선내 상황을 추가 검토한 뒤 입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카니발크루즈 소속 잔담호는 지난달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해 오는 21일 칠레 산안토니오에서 여정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칠레 페루 멕시코 등에서 연달아 입항을 거부당했다. 현재 이 배 탑승자 중 최소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도 4명 나왔지만 이들이 코로나19 감염자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크루즈 항적 기록 웹사이트인 크루즈매퍼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공해상을 떠다니는 크루즈선은 9척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