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방북 사건' 누락 논란에 통합당 "정권 실세 임종석 때문"

입력 2020-04-01 11:45
수정 2020-04-01 13:29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 기밀문서에 '임수경 방북 사건'이 누락된 사실이 알려지자 미래통합당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이 밀접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31일 작성된 지 30년이 지나 기밀 해제된 '1989년도 외교문서' 1577권(약 24만 쪽)을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최대 관심사였던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방북 사건이 누락된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지난 1994년부터 국민의 알 권리 신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부 극비사항을 제외하고 매년 공개해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임 전 의원 방북 사건의 누락 건에 대해 "비밀 방북했는데 외교문서가 방북 과정에서 하나라도 생산됐는지 모르겠다"며 "외교문서이기도 하지만 개인 문서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정하는데 작용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관련 외교문서는 많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원석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1989년 당시 한국외대 불어과 4학년 임수경은 평양학생축전참가 사건의 당사자였다"면서 "이를 전폭적으로 기획·후원한 배후가 북한 바라기 정권 1등 공신클럽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전대협 관련 기밀문서를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의 알 권리로부터 분리해놔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정정당당하다면 이렇게 뜸을 들이면서 문서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개인 관련 문서'라는 외교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도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라며 "북한 앞에서 유독 작아지는 현 정부이다. 그런 북한 바라기 행태가 친북성향의 전대협 출신 정권 실세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면, 이는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위협이자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서 임수경 전 의원 사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전해졌다. 주아일랜드 대사는 외교부에 보낸 전문에서 임 전 의원에 대한 석방진정서를 제출한 가톨릭 신부들을 관저로 초청해서 정확한 이해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 외교관이 한국 외교관에게 임 전 의원의 구속 건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한편 임 전 의원은 한국외대 4학년이던 지난 1989년 6월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전대협 의장은 임 전 실장이었다.

임 전 의원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과 악수를 해 북한 내에서 '통일의 꽃'이라고 불렸으며 같은해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돌아온 뒤엔 체포돼 3년 5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