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 때 '역발상 투자' 좋지만 단기 회복 기대는 금물

입력 2020-04-01 15:17
수정 2020-04-01 15:19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사 모으기가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 믿을 만한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다. 우량주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에 개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4.58% 급락한 3월 11일 개인투자자는 675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후 8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8% 넘게 추락했지만 개인투자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천억원씩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주가 흐름과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정반대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주가가 떨어지는데 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가리켜 반대 투자 또는 역발상 투자라고 한다. 주가 방향과 반대로 투자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시장에서 바이오주들엔 이와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호재로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자 추격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다. 이렇게 주가 흐름에 영향을 주는 재료나 근거인 모멘텀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은 모멘텀 투자 전략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역발상 투자나 모멘텀 투자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역발상 투자자라면 예전 주가와 비교해서 너무 싸다는 생각에 매수 주문을 하면서도 “지금 주가가 진짜 바닥이 아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모멘텀 투자자는 거침없이 뛰는 주가를 보면서 매수 기회를 놓칠까봐 서둘러 매수하면서도 “내가 꼭지에 사는 건 아닐까”라는 근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두려움을 해소하려고 분할 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전체 투자 금액을 몇 덩어리로 나눠 주가 흐름을 보면서 매수 시점을 여러 개로 구분한다. 분할 매수 전략이 실패하면 평균 매입 단가가 올라가 수익률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분할 매수 전략이 성공하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수익률이 올라간다.

코로나19로 초래된 최근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시킨다. 단기간 증시가 수십%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공포감을 느낀 게 닮아서다. 당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선호했을까. 한국과 달리 미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가장 대표적 DC형 퇴직연금인 ‘401k’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비중이 70%를 웃돌 정도다.

금융위기 이전(2006년 1월~2008년 8월)과 금융위기 당시(2008년 9월~2009년 3월) 401k 가입자들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달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금융위기 이전엔 401k 가입자들이 주식 비중을 0.53% 늘렸다. 주가가 오르자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는 의미이므로 금융위기 이전엔 투자자들이 모멘텀 투자 전략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국면에선 정반대였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차이가 1%포인트 상승하는 조건이 동일한데도 주식 비중은 0.53% 줄었다. 금융위기 상황에선 주가가 오르는데도 오히려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역발상 투자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주가가 내리면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라는 생각에 그전까지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앞다퉈 ‘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요새처럼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에선 싸게 느껴지는 주식이 많다. 집을 팔아서라도 사고 싶을 정도로 싸다고 말하는 증시 전문가들도 있다. 관건은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다. 아무리 우량주라고 하더라도 주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단기 급락을 단기 회복으로 연결하는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 역발상 투자 전략으로 저가 매수에 뛰어들더라도 자신의 예상보다 주가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