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이 각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창구를 설립한다. 한국은행 등 해외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면 그만큼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달러 가뭄을 겪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다.
Fed는 31일(현지시간) 오전 8시 긴급성명을 통해 "미 국채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돕기 위해 외국 및 국제 통화당국을 위한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FIMA 레포기구는 Fed 산하의 뉴욕연방은행에 계좌(FIMA 계좌)를 가진 해외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구를 대상으로 레포 계약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보유중인 미 국채를 이 기구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려갈 수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월말 기준으로 1211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갖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한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레포는 하루짜리지만 계속적으로 롤오버(차환발행)될 수 있다. 레포 금리는 IOER 금리(미 시중은행이 Fed에 맡기는 초과지급준비금에 주는 이자율, 현재 0.10%)에 0.2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Fed는 "다른 중앙은행과 설립한 통화스와프라인과 함께 미 달러 조달시장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는 이 기구를 통하면 해외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구는 오는 6일부터 레포 입찰을 시작한다. Fed는 최소 6개월 이상 기구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Fed가 지난달 한국 호주 등 9개국 중앙은행과 새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등 모두 14개국과 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공급중이지만, 여전히 달러 가치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달러가 귀해지면 해외 금융사들이 달러 조달을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
ICE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9일 103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99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올 1월 96수준에 비해 3% 이상 높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