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난 2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더 나빠지기 전에 유동성을 미리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에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6조8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늘었다. 이 중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6조64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급증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일반 기업 중 사상 최대인 1조600억원어치 발행한 것을 비롯해 LG화학(9000억원), 현대오일뱅크(5000억원), 호텔롯데(4000억원) 등이 줄줄이 대규모로 채권을 찍었다. 금융채(9조3930억원)와 자산유동화증권(ABS·8584억원) 발행액도 각각 33.2%, 43.5% 증가했다.
단기 자금 조달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 2월 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총 98조704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증가했다. 기업어음(CP) 발행(28조1169억원)도 14.3% 늘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되자 경영환경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이 많았던 결과라는 평가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실적 역시 경제활동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줄어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입 급증과는 반대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줄었다. 올 2월 주식 발행 규모는 23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줄었다. 기업공개(IPO) 규모가 1381억원으로, 34.9% 감소했다. 유상증자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2월엔 5건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