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 쌀 수출 중단…"4~5월 지구촌 식량난 온다"

입력 2020-03-31 17:29
수정 2020-04-01 02: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하면서 4~5월 글로벌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한국과 일본, 중동 등을 취약 국가로 꼽았다.

FAO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식량 조달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 투입이 줄어 곡물과 육류 산출량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각국의 이동 통제로 해운 등 유통망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메뚜기떼도 식량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봤다.

신용평가기관 피치그룹 산하의 시장조사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식량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먼저 타격을 받을 국가(지역)로 한국과 일본, 중국, 중동 등을 꼽았다. 피치솔루션스는 “주요 수출국이 식료품 수출을 제한해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식량 수입에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인도, 태국에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이 조치는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18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식량 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 나왔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으로 쌀 637만t을 수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10~1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캄보디아도 4월 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연간 50만t의 쌀을 수출한다. 태국은 자국 내 계란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자 지난 26일부터 계란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20일부터 열흘간 모든 곡물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카자흐스탄도 22일부터 쌀, 밀, 설탕, 채소류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자국 내에서 사재기가 발생하자 국내 유통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부터 제한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세르비아는 18일부터 밀, 설탕, 식용유 등의 반출을 막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25일부터 주요 생산 품목인 양파 수출을 중단했다.

각국의 수출 제한 여파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이미 물가 상승 등 타격을 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쌀 80%를 수입하는 홍콩에선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상점 밖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식량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료품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UAE는 사재기 등을 방지하고 전략적 식량 비축분을 확보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했다. 사우디 정부는 밀 전략 비축분을 100만t 넘게 보유하고 있으며 4월에 120만t을 더 수입할 계획이다.

SCMP는 FAO 자료 등을 인용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물류망 붕괴, 각국의 봉쇄령과 수출 제한,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4월 또는 5월 무렵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