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여전히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독자적으로 부품 개발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 공개된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 등에는 미국산 부품을 거의 쓰지 않아 어느 정도 미국 의존을 탈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FT는 중국 선전에 있는 스마트폰 분해 전문업체인 XY존(XYZone)과 함께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P40프로 스마트폰을 해체했다. 부품 비교를 위해 지난해 3월 출시된 P30도 함께 분해했다.
FT 분석 결과, P40프로의 핵심 통신 부품인 '무선주파수(RF) 프런트엔드 모듈'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퀄컴, 스카이웍스, 코보(Qorvo) 등이 생산한 제품이었다. RF 프런트엔드 모듈은 안테나에 연결돼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시장조사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댄 왕 기술분석가는 "화웨이가 미국 칩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RF 프런트엔드 모듈은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시한 화웨이 스마트폰 P30의 RF 프런트엔드 모듈도 퀄컴, 스카이웍스, 코보 등의 제품이었다.
FT가 해체한 P40프로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은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지난해 출시한 P30가 미국 마이크론 제품을 썼던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FT는 "P30과 P40은 대부분 중국, 한국, 대만 기업이 제조하고 조립한 부품으로 만들어졌다"면서도 "미국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부터 RF 프런트엔드 모듈 등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인 핵심 관문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