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에 도전장을 낸 후보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보유세 인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쏟아진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남갑에 출마한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1주택자(만 60세 이상, 5년 이상 보유)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율을 70%에서 80%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1주택자의 보유세 인상 상한선도 150%에서 130%로 낮추는 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남을에서는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보유세 공제율 상향을 약속했다. 서초갑 이정근 민주당 후보는 장기 실거주자의 종부세를 완전 면제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이들 후보는 지난 27일 ‘종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 후보’ 모임을 꾸려 보유세 인하 공약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모임에는 강남 3구 후보 외에 강태웅(용산), 황희(양천갑), 김병관(경기 분당갑) 등 후보 14명이 참석했다.
미래통합당은 강남 3구에 출마하는 태구민(강남갑), 박성중(서초을) 등 후보 8명이 통합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 보류, 재산세 및 종부세 개정안 발의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강남 3구 등은 최근 공시가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강남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25.57% 급등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22.57%, 18.45% 올랐다. 이에 따라 1년 만에 보유세가 40% 넘게 뛴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주택자 보유세는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에 주민 불만은 들끓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아파트값까지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부동산 공약에 따라 표심 향방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제시한 보유세 인하 공약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기조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보유세 부담을 계속 높여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집값 안정에 공을 들인 만큼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