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트리플 감소’했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해 서비스업 생산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비는 구제역 파동이 있던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에는 지표가 더 악화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외식·여행업 타격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해 2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 자동차 생산이 27.8% 급감했다. 자동차 업계 파업이 있었던 2006년 7월(-32.0%)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기계장비·전기장비 생산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계장비 생산은 5.9%, 전기장비는 9.0%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전월 대비 4.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69.9%)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저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었다. 감소폭이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사람들이 외출을 기피한 결과 숙박업(-23.6%), 음식업(-15.9%)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여행을 자제하며 항공여객(- 42.2%), 철도운송(-34.8%), 여행업(-45.6%) 등에서도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4.8% 줄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15.4%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6.0% 감소했다. 감소폭이 산업생산과 마찬가지로 2011년 2월(-7.0%) 이후 가장 컸다. 의복과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17.7%)가 많이 줄었고, 자동차 등 내구재(-7.5%), 화장품 등 비내구재(-0.6%) 판매까지 모두 감소했다.
◆“3월 지표 더 악화할 것”
이번 산업활동동향 조사에는 2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데이터가 반영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첫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2월 18일 누적 확진자는 39명에 불과했지만 26일 1000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2월 산업활동동향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일부만 반영됐기 때문에 3월 지표는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지 않은 2월 지표만 해도 충격적”이라며 “3월 지표의 감소폭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특히 투자는 지난해에 많이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게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의 경우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에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모두 두자릿수 감소했다. 중국은 확진자가 급증세였던 1~2월 산업생산이 1년 전에 비해 13.5% 급감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20.5%), 투자(-24.5%)는 2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제가 껴있는 1~2월 두달치 경기 지표를 묶어서 발표한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3월 체감경기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를 보면 이달 전산업의 업황 BSI는 전달에 비해 11포인트 내린 54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았다. 이달 하락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다.
BSI는 기업의 경기 인식을 조사한 지표로 설문에서 부정적이라고 답한 곳이 긍정적이라고 본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이태훈/김익환/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