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제작비 과반이 모태펀드...VC "넷플릭스行 동의”

입력 2020-03-31 16:38
수정 2020-03-31 16:40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배급대행사 콘텐츠판다 사이의 분쟁이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제작비를 투자한 모태펀드 운용 벤처캐피털(VC)들은 극장 개봉 시 모태펀드 계정의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넷플릭스와의 계약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31일 콘텐츠판다 측 관계자는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리틀빅픽쳐스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피해를 줬다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틀빅픽쳐스 측은 적법한 계약해지이며, 사실상 대주주격인 모태펀드 등 많은 투자자들의 과도한 손실이 불가피해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3일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을 다음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당초 2월26일로 예정됐던 국내 극장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다. 현실을 감안한 차선책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해외 배급을 맡은 콘텐츠판다는 "이미 해외 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리틀빅픽처스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며 넷플릭스 공개 불가 입장을 내놨다. 리틀빅픽쳐스는 여기에 다시 "사전논의를 거쳤고, 일방적 통보 주장은 허위"라며 주장하고 있다.

권지원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코로나19로 국내외 극장이 셧다운됐다"며 "극장에서 개봉하면 손해가 뻔한 상황이라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판다에 관련 피해를 보전할 생각이 있는 만큼, 원만히 합의되길 원한다"며 "1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했다.

'사냥의 시간'에 투자한 VC들도 넷플릭스 공개를 원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사냥의 시간'에는 약 1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제작비의 대부분이 VC로부터 나왔다. 절반이 넘는 64억5000만원은 10개에 달하는 모태펀드 조합을 통해 출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태펀드란 정부가 기금 및 예산을 출자해 VC와 함께 조성한 펀드를 말한다. 통상 정부와 VC가 50대 50의 비율로 자금을 마련한다.

이 영화에 투자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VC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상황을 감안하면 넷플릭스 공개가 그나마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넷플릭스에 판권을 팔면 손익을 확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연 개봉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들의 개봉도 모두 늦어지고 있어, 동시에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경쟁이 더 치열할 수 있다"며 "양측의 합의가 빨리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