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가 1차 공략 대상으로 점찍은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 중국 샤오미는 물론이고 이미지센서 '절대 강자'인 일본 소니의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소니를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31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첫 5세대 이동통신(5G)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1 마크2'에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다.
후면 카메라 4개 중 하나(1200만 화소)는 삼성 '아이소셀 슬림 S5K3T2'를, 전면 카메라(800만 화소)는 '아이소셀 슬림 S5K4H7'을 채택했다.
소니는 전작 '엑스페리아1'에도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넣은 바 있다.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니가 삼성 이미지센서를 또다시 탑재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48%의 점유율을, 삼성전자는 2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된 LG전자와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도 이미지센서를 공급했다.
LG전자는 'LG V60 씽큐' 후면 메인 카메라에 6400만 화소의 삼성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를 적용했다. 전면 1000만 화소와 후면 13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역시 삼성 제품을 사용했다.
삼성전자와 이미지센서 부문 협력을 늘리고 있는 샤오미도 지난달 공개한 '미10 프로'에 삼성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탑재했다.
타 업체 대비 뛰어난 기술력, 단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룬 성과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경기 화성 11라인(D램 생산용) 일부를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바꿨다. 내년에는 13라인 일부도 전환해 수주를 공격적으로 확대, 소니를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기술력은 이미 소니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울트라'에 노나셀 기반 '아이소셀 브라이트HM1'을 적용했다.
삼성의 독자 기술로 만든 노나셀은 9개의 픽셀을 하나의 픽셀로 병합하는 기능이다. 이미지센서가 빛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인 감도가 높아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픽셀 간 분리막을 만드는 특허 '아이소셀 플러스' 기술을 적용해 인접 픽셀 간 간섭과 빛 손실, 산란 현상을 방지했다.
삼성전자가 연내 세계 최초로 1억5000만 화소의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양산해 기술 '초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 IT 매체 비봄은 "삼성전자의 1억5000만 화소 이미지센서는 샤오미가 올해 4분기에 출시할 차세대 스마트폰에 적용될 예정이다. 노나셀 기술에 기반을 둔 1인치 크기의 이미지센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한다면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등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는 대만 TMSC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평가지만 전체 수주물량에서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삼성전자가 13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로 전환하면 생산량이 5만5000장에서 6만5000장으로 늘어난다"며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가 2030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