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간 "경제 두 달내 회복된다면 지금이 바닥"

입력 2020-03-30 07:35
수정 2020-03-30 09:43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사흘간 하루 1만8000명 안팎씩 증가해 벌써 14만명입니다.
29일(현지시간) 월가의 유명 증권사 제프리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페그 브로드벤트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하는 등 상황은 심각합니다.

뉴욕 증시의 변동성도 그만큼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27일 금요일에도 막판 30분간 다우 지수가 700포인트 가량 다이빙했습니다. 현기증나는 추락이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반등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변동성이 이렇게 크다는 건 향후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질문1> 지난주, 미 주요 지수가 급등하다 27일 금요일 큰 폭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였죠?

지난 금요일이죠. 27일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915.39포인트, 4.06% 급락한 21,636.78로 마감됐습니다. 이날 급락했지만 주초반인 화~목요일 사흘 연속 급등한 덕분에 지난주 한 주간 다우는 12.84% 올랐습니다. 또 S&P 500 지수는 10.26%, 나스닥은 9.05% 각각 상승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처럼 갑자기 뚝 떨어지거나 하는 극심한 변동성은 이달 내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요일 장세만 봐도 다우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꾸준히 반등해 폐장을 30분 앞둔 오후 3시반께 22,327으로 전날보다 1% 미만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 30분간 수직으로 급락해 700포인트, 3% 이상 더 떨어졌습니다.
별다른 뉴스는 없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어나 10만명에 육박했고, 아침부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 정도가 있었습니다. 반면 미 행정부의 구제 패키지가 하원을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서명하는 등 투자자들이 기다리던 뉴스도 있었죠.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S&P500 지수는 하루 평균 5.2% 상하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 수준의 변동성인데요. 증시 전체를 봐도 2월19일 다우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 23일 37%까지 떨어졌다가 24~26일 사흘간 24% 상승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거대한 변동성의 원인을 규명하는 기사를 썼는데요.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지수)와 연계된 상품,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에 큰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VIX를 추종하는 이런 파생상품은 장 막판 그날 추세를 더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하락세가 있는 날은 하락폭이 깊어지고, 오르는 날 상승세는 더 커지는데요. 그 투자액이 급증하면서 이런 변동성을 더 높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웩더독,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커진 것입니다.

이런 변동성 기반 거래는 지난 2018년 2월 시장을 흔든 적이 있는데요. 월가에서는 그 때 일을 ‘볼마게돈’(Volmageddon ; 변동성이 초래한 아메게돈)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하나 확실한 건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이 정점을 찍을 때까지는 이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질문2> 미 증시에서 바닥이냐 아니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지에서는 어떤 의견들이 많은가요?



바닥 논쟁은 결국 코로나19이 언제쯤 잡혀서 멈춰진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냐 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통상 뉴욕 증시는 침체가 끝나기 두 달 전부터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를 보면 이번에 바닥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앞으로 6월초면 이번 사태가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죠.

뉴욕의 감염자는 지금 6만명에 달하는데요. 최근 월가 퀀트회사들이 추정한 감염자 증가 커브를 보면 대부분 4월 중순 15만명 수준에서 정점을 이루고 꺾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5월말이면 새로운 감염자는 거의 사라집니다. 이는 한국, 중국 등의 기존 감염자 증가 커브를 참고해 추정한 것이죠. 그래서 유명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는 지난 27일 CNBC 인터뷰에서 "4월4~10일께 미국 감염자가 30만~40만명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미 정부의 2조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도 오는 4월 말까지 지원하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감염자, 사망자 증가 추세는 이런 예상을 넘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커브가 좀 더 높고,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오늘 수백만명의 감염자, 10만~20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월가에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더 커지고, 침체는 더 길어질 것이다, 즉 V자형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경제 회복은 두 달보다 더 길어질 수 있고, 이번 바닥은 진짜 바닥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주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국채나 유가, VIX 등은 많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져 정상적 생활로 복귀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그게 증시와 경제 회복의 관건인 듯 합니다.

질문3> 이번 주 눈여겨봐야할 이벤트들 종합해서 말씀해주시죠.

이번 주도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경제 지표, 추가 부양책 소식에 따라 시장이 계속 출렁댈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지금 14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런 증가세는 2~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나는 현기증 나는 속도입니다. 지난 3일간 매일 1만8000명 안팎이 새로 추가됐을 정도입니다. 현재 자택대피령을 내린 주가 26개, 여기에 묶인 인구는 2억2900만명에 달합니다. 사실상 미국 경제 전체가 멈춰선 상황입니다.



경제 지표에서도 이런 충격이 이어질 텐데요. 지난주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역대 기록을 다섯배 가까이 넘는 328만명에 달했었지요. 이번주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2일 발표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5만명, 인베스팅닷컴은 300만명, 마켓워치는 400만명 수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주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도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업 PMI가 나옵니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수치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지표 중 하나가 2일 발표될 2월 무역수지인데요. 2월은 중국 경제가 거의 정지된 달이어서 대폭 줄어든 수출입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