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대규모 부양책과 글로벌 증시 반등에 힘입어 일본펀드 수익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된 데다 소비세 인상이 겹쳐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V자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1주일 새 13.13% 수익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13.13%로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 달간 성적도 -6.65%로 주요국 펀드를 모두 앞질렀다. 지난 19일 장중 16,000선 초반까지 떨어졌던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9,000선을 회복하는 등 증시가 반등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19일 저점(종가 기준) 이후 30일까지 상승분은 15.30%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5.48%)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59%) 등의 수익률을 크게 웃돈다.
일본이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BOJ는 증시 안정을 위해 연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6조엔(약 68조원)에서 12조엔으로 늘리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매입 규모를 900억엔에서 1800억엔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정부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책을 넘어서는 56조엔 규모의 재정 확대 방안을 내놨다.
코로나19 타격이 예상되는 기업 이익 전망치도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편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6.1%), 유럽(-7.9%), 세계 평균(-6.4%)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조정 불씨는 여전”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김보람 KB자산운용 매니저는 “증시 부양책 규모가 커진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을 막을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공포에 의한 투매를 막는 정도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 및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도쿄올림픽 호재가 사라진 점도 부정적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 등으로 위축된 소비를 올림픽을 계기로 촉진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도쿄올림픽 연기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여행 등 업종과 소매판매 기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용식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단기적으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내수 기업뿐 아니라 해외 인적·물적 교류가 막힌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지수에 투자하기보다 수혜 업종과 성장주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박 매니저는 “언택트(비대면) 소비와 관련된 종목, 헬스케어 관련 업종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리츠 중에서도 호텔이나 상가 대신 오피스를 담은 종목이 변동성이 작고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