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 경기·증시 대논쟁…'쪽박론' vs '대박론'

입력 2020-03-29 18:19
수정 2020-03-30 06:5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짓눌렸던 월가에서 두 가지 논쟁이 일고 있다. 하나는 최근 주가 반등을 놓고 벌어지는 ‘증시 바닥론’과 ‘데드 캣 바운스’ 논쟁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경제 앞날과 관련해 ‘I’자형 극단적 비관론과 ‘V’자형 극단적인 낙관론 간 경기 논쟁이다. 두 논쟁 결과는 한국 등 세계 증시와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가 움직임을 보면 증시 바닥론이 제기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난 24일 이후 주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34배까지 높아졌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지수가 24배로 낮아져 거품이 해소됐다.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EPS) 등 다른 지표도 적정 수준이다.

기술적 지표로도 반등 시점에 와 있다. 1929년 폭락기에 주가(S&P지수)는 평균 36%, 중간값은 32%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달 12일에 비해 주가가 35% 폭락했다. 하락 속도로만 따진다면 가장 빠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의 강세장을 보이던 미국 증시가 코로나 사태로 ‘한 방에 훅 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시장에서도 증시 바닥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롱테일 리스크인 코로나 사태를 맞아 ‘달러부터 확보하자’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급등했던 달러 가치가 안정을 찾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가 서서히 힘을 발휘하면서 한때 103대까지 근접했던 달러인덱스가 98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의 주가 반등은 본격적인 하락에 앞서 잠시 나타나는 ‘데드 캣 바운스’라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본질적인 치료제, 백신 개발 등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오히려 미국에서 확진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또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주가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는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경기에 의해 좌우된다. 주가 흐름과 관련해 경기를 볼 때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언제 ‘저점’이 될 것인가다. 국면 전환 분석에 가장 유용한 ‘마코브·스위치 모델’로 추정해 보면 이번 경기순환의 저점은 올해 2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주가의 경기 선행성’이다. 그랜저·심즈 인과관계 검증 등을 통해 보면 최근에 주가는 경기에 3개월 정도 앞서가는 것으로 나온다. 종전 6개월에서 크게 앞당겨진 것은 증강현실과 초연결 시대의 도래로 그만큼 정보 시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저점과 주가 선행성으로 볼 때 올해 2분기 미 경제 성장률이 -24%(골드만삭스), -25%(JP모간), -30%(모건스탠리) 중 어느 것이 나오든 큰 의미는 없다. 올해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확인되는 시점도 7월이다. 앞으로 주가 흐름은 올해 3분기 이후 성장률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 앞날과 관련해 극단적인 두 가지 시각이 동시에 나와 화제다.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I’자형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대공황 최고 전문가인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조만간 강하게 회복할 것이라는 ‘V’자형 낙관론으로 반박해 대조적이다.

루비니 교수와 버냉키 전 Fed 의장 간에 왜 이런 극단적인 시각차가 나는 것일까? 코로나19는 아무도 모르는 뉴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다. 루비니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중 복합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연재해로 인식하는 버냉키 전 의장은 피해만 복구되면 곧바로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미국 경기가 루비니 교수의 ‘I’자형 예측대로 간다면 최근 주가 반등은 데드 캣 바운스다. 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의 ‘V’자형으로 간다면 증시 바닥론에 힘이 실린다. 지금 주식을 산 투자자는 전자의 경우엔 ‘쪽박’, 후자대로 흐른다면 ‘대박’이 난다는 의미다.

결론을 맺어보자. 루비니 교수는 어려울 때마다 나와 더 어렵게 보는 훈수꾼이다. 예측도 많이 틀렸다. 버냉키 전 의장은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잘 극복한 책임자다. 예측을 남발하지도 않고 중요할 때만 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누가 고민을 더 많이 할까’에서 답을 찾으면 ‘쪽박론’과 ‘대박론’ 가운데 주식 투자자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