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권으로 일단 피신…ETF로 정교한 분산투자"

입력 2020-03-29 15:18
수정 2020-03-29 15:20

“위험자산 비중을 최소화하고,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방어하면서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송락현 두물머리투자자문 대표(39·사진)는 “시장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 장세에서의 자산 배분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투자 전문가라면 누구나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송 대표의 분산투자는 차원이 다르다. 두물머리투자자문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불리오’의 투자 방식을 보면 송 대표의 분산투자 수준을 이해할 수 있다.

불리오는 두물머리투자자문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전 세계 40개 자산군에 투자한다. 주식, 채권, 통화 등 여러 자산군에 투자하면서도 그 자체로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 ETF에 분산투자한다.

송 대표는 “자산 배분의 핵심은 투자하는 자산군의 상관성을 최소로 하는 것인데, 코로나의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주요 자산군의 상관계수가 올라갔다”며 “위험회피 성향이 시장에 만연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불리오는 코로나19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과거 월 1회 진행하던 리밸런싱 횟수를 월 2회로 늘리고, 2월부터 단기 미 국고채ETF와 엔화ETF를 중심으로 안전자산의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ETF의 비중은 20% 수준까지 줄이고, 대상도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환했다. 송 대표는 “불리오 알고리즘은 국가별 투자 비중을 조정할 때 밸류에이션과 모멘텀(추세)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최근 변동성 장세로 모든 국가군의 추세가 붕괴한 상태”라며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 자산을 재배정했다”고 말했다.

두물머리투자자문은 불리오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군을 갖고 있다. 2018년 9월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 개인 자문서비스는 물론 증권사 랩어카운트, 펀드 영역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12월 키움자산운용과 출시한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증권’ 펀드는 변동성 장세에서 분산투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펀드는 올 들어 5.03% 손실(27일 기준)을 기록했다. 벤치마크인 MSCI세계지수(-24.24%) 대비 크게 선방했다.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두물머리투자자문 자문을 받아 구성돼 있다.

송 대표는 시장의 단기적인 방향성을 예측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불리오를 비롯한 자산배분 전략의 핵심은 단기적인 고수익보다는 장기투자와 복리효과를 통한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국면에서는 일시적인 증시 반등에 베팅하기보다는 경제 펀더멘털 개선 신호를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산배분 전략이 연금이나 목돈을 마련하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이라는 조언이다. 그는 “지금과 같이 갑작스러운 시장 흐름에도 일관된 원칙을 지키면서 분산투자를 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이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