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럽 대도시 폭동 위기…사망자 1만명 넘은 이탈리아

입력 2020-03-29 08:51
수정 2020-06-27 00:02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선 전 세계 사망자의 3분의 1인 1만여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국가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몰린 스페인은 2주간 필수업무 외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대도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향후 몇 주 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8일(한국시간) 오전 8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66만1367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3만671명이다. 미국 누적 확진자는 12만2246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날 하루새 1만8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9만2472명)와 중국(8만1394명)을 훨씬 웃돈다. 이어 △스페인(7만3235명) △독일(5만7695명) △프랑스(3만7575명) △이란(3만5408명) △영국(1만7089명) 등의 순이다.

유럽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수는 1만23명이다. 전날 대비 889명 늘었다.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 규모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온 이래 36일 만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내달 4일까지로 예정된 이동제한과 학교 휴교령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롬바르디아주 등 북부 지역에 집중된 코로나19가 남부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주의 사망자 수는 5499명으로, 이탈리아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다. 로이터통신은 “지방정부 재정과 의료시스템이 열악한 남부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스페인에선 필수업종 외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월요일인 30일부터 내달 9일까지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들의 외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내달 12일까지 외출제한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출퇴근이 허용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실상 모든 영업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지정한 필수 업종은 식품, 의약품, 건강관리, 언론, 정보기술(IT) 및 통신, 애완동물 식품, 수의사, 안경사, 세탁소 등이다.

프란체스코 로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대도시에서 향후 몇 주 안에 언제라도 대규모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카 회장은 이날 유엔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직장폐쇄로 저소득층은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유럽 대도시의 빈곤 지역에서 몇 주안에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도 코로나19가 남부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남부 주요 도시에서 사회적 불안이 가중돼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