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종자 전문가, 농산물 가공에 뛰어든 까닭

입력 2020-03-27 17:51
수정 2020-03-28 02:06
“이번 겨울에는 대파가 남아돌아서 난리였어요. 작년 여름엔 양파 때문에 난리였죠. 이런 일은 계속 생기는데 그때마다 ‘많이 먹어 달라’고 캠페인 하는 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충남 논산에 있는 종자·농업 자재 유통회사 천농의 김상식 대표(오른쪽)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종자 전문가’다. 그가 2010년 창업한 천농은 농산물 종자와 각종 비료, 영양제 등을 판매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농협, 작목반 등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 사업도 하고 있다. 연간 6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다.

김 대표는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1990년 종자 개발·판매 회사인 서울종묘에 입사했다. 고졸 학력으로 입사 몇 년 만에 박사가 즐비한 연구소 연구원으로 발탁됐을 만큼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았다. 이후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해 체계적인 전문 지식을 쌓았다.

김 대표는 30년간 농민과 함께 일하면서 농산물 과잉 생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까지 나서 소비 캠페인을 벌이는데 그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대파가 남아돈다고 해서 평소 한 단을 먹던 대파를 갑자기 세 단, 네 단씩 먹을 순 없잖느냐”고 했다.

농산물 시장 자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국산 농산물을 재료로 건강기능성 식품을 제조하는 ‘제2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종자맨’ 경험을 바탕으로 농산물 가공·유통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것이다. 오는 5월 완공 계획으로 연면적 1880㎡(약 570평) 규모의 3층짜리 공장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농산물 전처리→건강 기능성 성분 추출·농축→프리미엄 신선채소 재배·유통 순서로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농산물 전처리 전문 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런 다음 농산물에서 기능성 성분을 추출해내는 전문 기술 기업으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국산 농산물의 소비 기반을 넓히면 고질적인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추를 먹으면 잠을 푹 자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 들어보셨죠. 상추에 있는 수면 유도 성분만 뽑아내서 농축할 수 있으면 이걸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죠. 예를 들어 상추에서 뽑아낸 성분을 샐러드 드레싱 소스로 만드는 거예요. 그럼 ‘잠 잘 오는 샐러드’, ‘숙면 샐러드’ 같은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겠죠.”

그는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도 건강기능성 식품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건강에 좋은 재료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다.

“천농은 종자 회사예요. 국산 농산물 소비가 줄면 농민도 감소할 것이고, 회사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현재 구상 중인 계획을 하나씩 잘 실행해 나간다면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데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논산=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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