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27일(13: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소주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역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확대하면서 지역 업체와 실적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7일 올해 주류 업계 실적과 경쟁 구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국내 주류 시장 규모는 9조원(2018년 기준)을 웃돌고 있다. 맥주와 소주(출고량 기준)가 각각 50.5%, 26.8%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 2곳과 무학, 금복주 등 지역 소주 업체 7곳이 경쟁하고 있다.
국내 주류 시장은 경제 여건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수요가 변해왔다. 최근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위스키 등 고도주의 소비가 크게 줄었고 저도주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주 시장은 경기 침체와 소득 성장 둔화에도 저렴한 가격과 상대적으로 낮은 경기 민감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시장 규모를 유지해왔다.
대기업과 지역 거점 업체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심화하는 추세다. 특히 참이슬을 앞세운 하이트진로는 전국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제품 '진로이즈백' 판매 호조로 시장 점유율이 58%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대기업은 지속적인 제품 저도화, 신제품 출시, 지역 영업 강화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역 소주 업체는 열위한 사업 기반에 대기업의 지역 영업 강화로 외형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무학과 보해양조의 외형과 수익성 저하는 다른 업체에 비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의 지역 마케팅 강화로 주력 거점 지역의 소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고정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 증가로 지역 소주 업체의 수익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가격 인상에도 무학을 포함한 지역 소주 업체는 제품 가격을 동결했지만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소주 업계 전반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단체 활동이 위축돼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식 문화 등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주류 업체의 단기적인 매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