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사실상 '양적완화 조치'라고 언급한 데 대해 '립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7일 "양적완화 조치는 주로 만기가 길고(longerterm) 환매 조건(repurchase)이 없는 채권을 매입한다"며 "한은이 내놓은 '양적완화'라는 의견은 시장을 위한 '립서비스' 발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일정 금리수준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제도를 도입했다. 내달부터 3개월간 운영되며,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달부터 RP매매 대상 기관과 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은이 전액 공급 방식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실시된 적이 없다. 지원책을 내놓은 배경은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1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충분한 자금이 투입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윤면식 부총재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사실상의 양적완화로 봐도 무방하다"며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한은의 돈풀기 정책 핵심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단기유동성 우려가 있는 증권사 지원에 있다"며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으면 크레딧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간 금리 격차)는 3월말~4월초를 기점으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내달 20조원 규모로 가동되며,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해 회사채 시장 경색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은이 금융사로부터 RP를 사들이고 돈을 빌려주면 금융사들이 그 돈을 펀드에 투입해 기업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