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천식약·구충제 등 코로나 치료제 찾기 분주…백신은?

입력 2020-03-27 12:44
수정 2020-03-27 17:04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찾으려는 과학계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RNA 바이러스 특성상 난관이 적지 않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알려진 코로나19 유전체 변이 정보만 480여개다.

변이에 따른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슈퍼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IBM은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에너지부 등과 함께 '코로나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구성중이라고 27일 발표했다. 다리오 길 IBM 리서치 디렉터는 이날 "슈퍼컴퓨터는 역학, 생물정보학, 분자모델링 등 분야에서 수개월~수년 걸릴 작업을 대폭 단축해 코로나바이러스 퇴치 물질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모두 힘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컴퓨팅 컨소시엄엔 IBM 뿐 아니라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참여한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인 'IBM 써밋'을 활용해 코로나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화합물 8000여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차 약물 후보물질 77종을 가린 뒤 2차로 7종을 최종 선별했다고 밝혔다. 탈모 보조치료용으로 쓰이는 세파란틴이 7종 중 하나다. 현재 미 테네시대에서 효능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약물 1500종 등 30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세포 실험을 한 결과 천식약 시클레소니드, 구충제 니클로사미드 등 코로나 치료약물 후보 24종을 확보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들 약물을 상대로 교차 검증을 진행중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 착수(예정)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 약물 재창출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의학계는 치료제가 아닌 백신이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감염 후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제보다 면역력을 사전에 부여하는 백신이 있어야 대유행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태 서울대 의대 교수는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연 온라인 토론회에서 "다국적 임상이 각계에서 진행중인 치료제는 곧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면서 "백신은 아직 연구가 거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백신 개발엔 항원 특성, 숙주 반응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고 있어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가운데는 현재 메신저RNA(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고 있는 미국 모더나테라퓨틱스가 독보적이다. 인체 RNA 체계를 교란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N프로테인에 저항해 사전 면역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백신이다. 이 업체는 코로나19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 42일만에 백신 후보물질인 mRNA-1273을 개발했다. 다음달 임상 1상에 진입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 입증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 mRNA 기반 의약품이 미 FDA의 승인을 받은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모더나의 백신 성공 여부에 대해 바이오 의료업계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억달러를 제시하며 "백신 독점권을 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된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도 모더나와 마찬가지로 mRNA 기반 백신을 개발중이다. 앞으로 수 개월 안에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노피 등이 백신을 개발중이지만 아직 전임상 단계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