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를 피해 일시 귀국했던 우리 교민과 유학생의 복귀 길이 막히게 됐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 초기 미국이 단행한 중국인 입국 제한을 과잉 조치라며 비난한 것을 고려할 때 '내로남불'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와 이민관리국은 26일 밤 11시(현지시간) 기존에 유효한 비자와 거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도 28일 0시부터는 입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장기 체류하던 우리나라 교민들과 유학생 등이 현재 한국 등 중국 바깥에 머무르는 경우 당분간 중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다만 외교와 공무 비자 소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 기타 인도주의적 사유 등으로 중국 방문을 해야 하는 외국인은 각국 중국 공관에 별도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또 다른 국가로 출국하는 외국인 환승객에게 도시별로 24~144시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라면서도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별도 공지를 통해 조치를 조정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29일부터 모든 외국 항공사에 대해 중국 노선을 한 개만 운영하고 일주일에 한 번만 오가도록 했다. 중국 항공사들도 국가마다 한 개 노선만 운항할 수 있고 운항 횟수도 주 1회를 초과할 수 없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미 28일부터 4월25일까지 인천~베이징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잠정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중국에서 코로나19 해외 역유입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유입된 신규 환자의 90%는 중국인이며 이 중 40%는 중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54명은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이며 한 명은 저장성에서 나왔다.
이번 조치로 야기될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29일부터 모든 항공사의 항공편 운항 횟수가 제한돼 N95마스크 등 방역물품 수입을 중국에 의존했던 나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내외의 거의 모든 국제선 여객기가 멈추게 돼 다른 국가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N95 마스크, 1회용 수술 마스크, 개인 보호 장비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세계 기업들은 이용 가능한 항공편을 찾아 중국과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예약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