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이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F) 투자로 475억6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은 고용노동부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고용보험기금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부는 투자위험을 미리 관리할 수 있는 통제방안 없이 투자상품 의사결정 권한을 증권사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해당 증권사는 하위 운용사로부터 원금손실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이를 고용부에 전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 한국투자증권의 DLF 상품에 584억여원을 투자했지만,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원금의 81.5%인 475억원가량을 손해봤다. 감사원은 원금 비보장형 DLF 상품의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데도 주관 운용사의 투자 결정에 앞서 사전심의 등 내부 통제장치를 두지 않고, 투자상품 선정 관련 결정 권한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에 일임한 고용부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독일국채 금리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손실구간’인 0%대 아래로 떨어진 뒤 등락을 거듭했고, 같은 해 3월 이후 ‘마이너스’ 금리가 이어지는 등 작년 2∼3월부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6월 초 고용부에 관련 보고를 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한 같은 해 5월 31일자 독일 국채금리 전망 최신 자료(-0.15%)가 있는데도 마이너스 금리가 아니라 1개월 전 자료(0.05%)를 제공했다. 손실 가능성을 알고서도 상품 만기를 눈앞에 두고서야 고용부에 이를 보고하면서 추가 조치를 취할 기회마저 잃었다. 고용부는 이런 보고를 받고 나서도 환매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실액은 당시 예상치보다 약 162억8000만원이나 늘었다.
감사원은 고용부에 투자가 가능한 금융상품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투자 시 사전심의 등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손실 가능성을 지연·부실 보고한 한국투자증권에 적정한 제재를 하라고 통보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