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비용 줄이고 수익 늘리고…벤처투자 나서는 제약사

입력 2020-03-26 17:20
수정 2020-03-27 02:31
제약사들이 벤처투자를 잇따라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 투자로 신약 개발기술을 확보하고 투자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10여 곳의 상장사가 ‘벤처투자’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했다. 제약사가 대부분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셀러레이터·벤처기업이나 창업자에 대한 투자, 또는 이에 투자하는 조합에 대한 출자를 신규 사업으로 정관에 추가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기업을 선발, 보육, 투자하는 곳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이 올해 주요 경영방침 중 하나로 내세운 ‘개방형 협력을 통한 혁신 신약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완제 의약품 제조업체 휴온스도 19일 정기 주총에서 정관에 엔젤투자(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와 창업 인큐베이팅(액셀러레이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휴온스는 앞으로 유망한 제약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비용을 전액 부담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바이오 벤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인 신약 기술 확보 방법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IB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개발에 10년 이상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며 “벤처투자를 통하면 비용도 절감하고 더 빠른 시간 안에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으로 잘 알려진 한독도 19일 정기 주총에서 엔젤투자, 창업 인큐베이팅, 신규 바이오 벤처 발굴과 공유 연구소 운영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이미 한독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다섯 곳의 바이오 벤처에 지분 투자를 했다.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벤처기업의 육성 및 사업화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란 분석이 많다.

제약사들도 뛰어들다 보니 액셀러레이터가 연내 300개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벤처투자촉진법에 따라 액셀러레이터도 벤처펀드를 결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액셀러레이터는 직접 발굴한 창업기업에 대해 다양한 육성 및 지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 수는 230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