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대공황 없을 것…짧은 침체 후 경기 급반등"

입력 2020-03-26 17:11
수정 2020-03-27 09:55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자연재해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파른 침체 후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더 심각한 대공황’을 경고한 것과 대비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25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공황 당시와 비슷한 공포심이 번지고 있지만 대공황은 인간의 문제, 통화·금융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1929년 10월 뉴욕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시작된 대공황은 실물경제 타격과 기업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고 유럽 주요국으로도 번졌다. 경기 회복까지는 10년 이상 걸렸다.

버냉키 전 의장은 대공황을 깊이 연구한 경제학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Fed 의장을 맡아 적극적 양적완화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다음 분기에는 매우 가파르고 짧은 침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셧다운 기간 너무 많은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매우 빠른 경기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 시스템 붕괴가 실물경제에 충격을 줬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실물경제가 직접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관론으로 유명한 루비니 교수는 대공황을 웃도는 충격을 경고했다. 그는 “이번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태로 치달으면서 V자도, U자도,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낙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순환 곡선이 V자나 U자로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침체기가 길게 이어지는 L자형 불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주요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하강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그친 뒤 2분기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 상원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2조달러 이상의 초대형 경기 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Fed도 시장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