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기업에 박수를 쳐줄 때다.” “평균임금의 70%인 휴업수당을 낮추는 노사 고통분담도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제23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제26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회장) 등 전·현직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들은 규제 완화와 고통 분담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6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긴급 인터뷰를 통해서다. 고용노사관계학회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고용·노동 분야 국내 최대 학회다.
“고용지원금 늘리되 고정비 낮춰야”
전문가들은 한시적이나마 ‘비상 울타리’를 쳐야 한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박지순 교수는 “고용을 유지하는 첫 번째 대책은 기업 유동성, 즉 최소한 인건비를 줄 돈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휴업수당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기준(평균임금의 70% 이상)을 50% 정도로 낮추는 식으로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범 교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정비용을 줄여주는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인건비를 줄 경우 신청 후 자격미달, 부정수급 등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가릴 것 없이 고용·산재 보험료 및 부가가치세 인하, 공과금 납부 유예 등이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규제도 손봐야”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평상시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다”며 정부를 겨냥한 비판이 많았다. 조 교수는 “지금은 기업들이 주 52시간을 넘겨 공장을 돌린다고 하면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난해 말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했지만 방역·마스크 제조업체 등에만 한정돼 있다”고 했다.
박지순 교수는 정부와 노동계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후 아예 공장 문을 닫은 사업장이 있지만 오히려 업무량이 몰린 기업도 있는데 정부가 일일이 연장근로 여부를 따지면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비상시국에 걸맞게 포괄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계에서 선제적으로 나서주면 정부의 정책 운용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관련 특별연장근로는 지난 25일 기준 총 526개 기업이 신청해 495개 기업이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았다.
“기본소득 지급은 큰 의미 없어”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선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영범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하며 외출을 삼가라는 데 한쪽에선 나가서 쓸 돈을 주겠다고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한두 달 안에 끝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일회성 지급은 더욱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의 근거로 홍콩 마카오 등을 예로 들고 있는데 고소득 도시국가 사례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소비자의 부가세 부담을 낮추고 기업의 사회보험료 및 법인세 부담을 줄여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