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샘, 100% 수입하던 음압캐리어 국산화 비결은…신종 감염병 '5년 주기' 대비한 사전 개발

입력 2020-03-26 17:20
수정 2020-03-27 02:04
음압기란 밀폐된 공간의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의료기관의 필수 설비가 됐다. 이 중 이동형 음압캐리어는 음압을 이용해 감염증이나 감염 의심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데 필요한 장비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음압캐리어를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충북 청주시의 생물안전시설 전문업체 웃샘은 특허기술인 가스프레임을 적용한 음압캐리어 300개를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 감염병이 5~6년마다 창궐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일찍이 제품 개발에 뛰어든 결과다.


코로나19 발병 전 생산시설 구축

웃샘은 1999년 생물안전실험시설 제조·관리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탄저균, 조류인플루엔자, 코로나바이러스 등 인체에 위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생물안전 3등급(BL-3) 연구시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에 참여해 베트남 몽골 등에서 BL-3 연구시설 건립 사업을 하면서 생물안전 관련 전문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명식 웃샘 대표(사진)가 음압캐리어 개발을 결심한 것은 2016년 정부가 발주한 음압차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다.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시기였다.

이 대표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음압차에 환자를 들것으로 실어나를 때 사용하는 음압캐리어까지 갖춰야 비로소 안전한 전염병 환자 이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당시 지방자지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음압캐리어는 100% 수입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 제품은 규격이 국내 119구급차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립과 보관도 쉽지 않아 급박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다”며 “가격도 대당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비싸 의료기관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웃샘은 2017년 음압캐리어 개발 사업에 본격 나섰다. 2018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산학지원 과제로 선정되면서 김영득 인덕대 기계자동차학과 교수가 개발사업에 합류했다. 웃샘과 김 교수는 같은 해 8월 ‘가스프레임 지지구조를 구비한 이동형 음압백’을 특허출원했다. 지난해 11월 조달청 벤처창업혁신조달제품 인증을 마친 뒤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직전이었다.

“글로벌 표준화가 목표”

웃샘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가스프레임이다. 수입 제품이 주로 사용하는 카본, 폴리염화비닐(PVC) 등 고체 프레임 대신 기체 충전식 튜브 형태로 프레임을 설계했다. 가스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무게가 대폭 줄고 작은 크기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 프레임에 공기를 주입해 설치하는 만큼 긴박한 현장에서 4~5분이면 사용 준비가 끝난다. 제조 공정도 단순화해 대당 가격이 500만원 수준으로 수입 제품에 비해 크게 저렴한 편이다.

웃샘은 사옥 인근에 3300㎡ 규모의 부지를 새로 매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늘어나는 음압캐리어 수요에 대응할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전국적으로 약 1000개의 음압캐리어를 보건소, 소방본부 등에서 상시 보관하고 있어야 유사시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웃샘의 다음 과제는 제품 표준화다. 환자 이송 중 음압캐리어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 용량을 비롯해 프레임 및 겉감의 재질, 필터 성능 등의 정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인 아시아, 유럽 일부 국가와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국내 제품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