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중앙부처 주요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은 다주택자(분양권·오피스텔 포함)였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말 “수도권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지만 고위공직자들은 여전히 투기지역 등에서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당사자인 노 실장도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수석급 이상 15명 중 6명이 ‘다주택’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급 이상과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 32명 중 14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17개 중앙부처 장관 중에서는 8명, 청와대 수석급 이상에서는 15명 중 6명이 다주택자로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지역에 집을 소유한 장관은 10명, 수석급 이상은 6명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을 확인한 결과다.
노 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 한 채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한 채를 신고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부부 공동명의로 된 반포동의 아파트 두 채와 서울 동교동의 건물 한 채, 경기 부천시의 공장 등 국무위원 중 가장 많은 총 107억634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용산구에 본인 명의의 오피스텔, 배우자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 분양권과 상가 두 채 분양권, 은평구 불광동 상가 한 채 분양권을 등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서울 관악구의 다세대주택 한 채와 서대문구의 단독주택, 종로구의 오피스텔을 신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와 같이 경기 의왕시의 아파트 한 채와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권 등 10억6710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부동산 정책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에서는 김현미 장관을 비롯한 간부급 가운데 서울 강남권 주택 한 채만 남기고 집을 넘긴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김 장관은 본인 명의로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 한 채를 등록했다. 그는 남편 명의로 경기 연천군 단독주택의 전세권을 신고했는데, 이 집은 본래 김 장관 남편 명의 주택이었으나 처남에게 집을 매도하고 전세를 들었다. 손명수 기조실장은 세종시 반곡동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아파트 한 채를 남겼다. 다주택자도 여럿 있었다. 특히 주택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1차관과 산하 실장 5명 중 3명이 다주택자였고,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서초에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 약 8600만원 늘어
정부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13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고한 평균 재산에 비해 약 8600만원 늘었다. 대부분이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날 공개된 전체 재산공개 대상자 1865명 중 77.5%에 달하는 1446명의 재산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재산공개 대상자의 55.9%인 1042명이 10억원 미만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허정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는 지난해에만 31억7134만원의 재산이 불어났다. 재산공개 대상자 1863명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진영 장관은 지난해 서울 대치동에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한 채를 팔았지만 재산은 65억6043만원에서 80억605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국무위원 중 가장 큰 폭으로 재산이 증가했다. 반면 원희룡 제주지사는 42억4794만원에서 20억2588만원으로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
박진우/이인혁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