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구조물이 불그레한 공간을 에워쌌다. 푸르고 붉은 사각의 형태들이 커다란 네모를 이루고 있는 이 장면은 독일 사진가 외르크 딕만의 ‘디프 스페이스(Deep space) HK2’라는 작품이다. 홍콩의 고층 아파트를 촬영한 사진인데, 20세기 초 몬드리안이 주도했던 신조형주의 회화작품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밤과 낮이 공존하는 듯한 신비함과 사진이란 매체가 주는 사실감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끈다.
딕만은 도시사진가다. 건축물, 도로, 교량, 표지판 등 도시의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소재다. 특히 그는 전 세계의 대표적인 ‘메트로폴리스’를 주로 찾았다. 거대도시는 바다와 같은 곳이라서 새로운 형상들을 조합하기 좋아서다. 작가의 발상에 따라 무미건조해 보이는 잿빛 콘크리트 공간에서도 창의적인 작품을 추출해낼 수 있다. 사진은 있는 것을 주워 담는 것이 아니다. 사진가에게 내재된 미적 본능, 경험, 학습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남이 보지 못하는 앵글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갤러리 옐로우코너 제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