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조 지원 계획 발표했지만…증권사 CP시장 여전히 살얼음판

입력 2020-03-25 17:29
수정 2020-03-26 02:29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7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4일 내놓았지만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직접 발행하거나 보증한 상품의 금리가 계속 치솟고 있다. 다음달까지는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하는 CP 91일물(A1등급 기준) 금리는 연 1.87%였다. 전날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날도 0.22%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CP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 17일 연 1.36%였지만 이날까지 6거래일 동안 0.51%포인트 급등했다.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상품이 단기자금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공시한 전자단기사채(이하 단기사채) 거래내역에 따르면 한국투자와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는 24일 각각 300억원, 300억원, 200억원어치 단기사채를 3개월 만기로 발행했다. 최상위(A1) 신용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발행금리는 모두 연 2.5%였다.

같은 날 만기가 비슷한 CP 91일물(A1)이 평균 연 1.65%에 매매됐던 것을 고려하면 0.85%포인트 높게 발행된 것이다.

증권사들이 며칠 앞서 발행했던 단기상품의 유통금리는 훨씬 더 높았다. 잔존 만기 2~5일짜리 미래에셋대우, 삼성,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사채는 연 2.9% 수준 금리에 수백억원씩 거래됐다. 만기 하루짜리 증권사 단기사채 금리도 연 1.9~2.1%를 나타냈다. 한 달 전 연 1.2% 수준에서 이자 비용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증권가에선 다음달부터 정부 지원 자금 유입에 힘입어 시장이 안정을 찾길 기대하고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지원 자금은 오는 4월 초부터 주로 우량 CP 매수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 유동성 지원(콜차입 확대 등)에 5조원,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우량 CP 및 단기사채 차환 지원에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나온 지원 계획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증권사 자산운용담당 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과 관련된 CP는 증권사의 상환보증에도 불구하고 연 4%대 금리에 팔리고 있다”며 “최소 2주 동안 시장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