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민경욱 구하기'…통합당, 후보등록 하루前 공천 번복 '난타전'

입력 2020-03-25 17:12
수정 2020-03-26 11:01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가 25일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했던 부산 금정, 경북 경주 등 4개 지역구의 공천 결과를 뒤집었다. 민경욱 통합당 의원 대신 민현주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공관위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 끝에 금정, 경주에 대해서는 26일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여론조사를 거쳐 공천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화성을에는 임명배 당협위원장을, 의왕과천에는 신계용 전 과천시장을 공천자로 확정했다.

공천위 결정, 또 뒤집은 황교안

황교안 대표는 이날 새벽 긴급히 최고위를 소집해 금정, 경주, 의왕과천, 화성을 지역구 후보에 대해 공천 무효 결정을 내렸다. 황 대표는 공천 취소를 의결한 뒤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국민 중심 공천’ ‘이기는 공천’이란 틀에서 최고위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의 의결이 나오자 공관위는 금정에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을, 경주에 김원길 통합당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을 재공천했다. 이석연 통합당 공관위원장 권한대행은 “최고위의 공천 무효 결정을 받아들이긴 어려웠지만 파국을 피하기 위해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고위는 다시 한번 공관위의 결정을 뒤집으며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변경했다. 금정에서는 원정희 전 구청장과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 경주에서는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의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 공관위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최고위로 위임하기로 한 의왕과천과 화성을에 대해선 각각 임 위원장과 신 전 시장을 공천자로 확정했다.

민경욱 기사회생만 두 번째

공관위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에 대한 공천 무효를 요구했지만 최고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공관위는 민 의원 대신 경선 상대방이었던 민현주 전 의원을 추천해달라고 최고위에 요청했다. 민 의원은 선거 홍보물에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뒤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통해 ‘기사회생’했던 민 의원은 공관위의 공천 무효 요구로 다시 한번 컷오프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연수을 공천자로 확정됐다. 다만 연수을을 비롯해 최고위가 무효화한 총 여섯 곳의 공천 결과를 두고 펼쳐진 최고위와 공관위 사이의 ‘핑퐁게임’이 선거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공관위와의 조율 측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의사결정이 많은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국민 눈에는 공천을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몇 개의 지역구 때문에 통합당 전체 공천 이미지가 훼손돼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김종인 카드’ 다시 검토

통합당은 총선이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불발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김 전 대표 영입 추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전 대표 영입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범(汎)중도·보수가 하나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탈북민 비하 발언’ 논란을 빚으면서 영입이 무산됐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당 선대위 합류 가능성은 1%”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황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가 끝난 뒤 ‘김종인 카드’가 다시 검토되느냐는 물음에 “(김 전 대표 영입은) 무산된 적이 없었고, 논의 과정 중에 있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토론회에서 통합당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 “과도하거나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며 “자매 정당 간 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논의가 오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입장을 묻는 말엔 “‘OX’로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서 문재인 정권 심판에 나서야 할 때”라며 답을 피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