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손 들어준 법원…"반도건설 의결권 3.2% 무효"

입력 2020-03-24 17:05
수정 2020-03-25 01:06
법원이 KCGI(강성부펀드)·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등 ‘3자연합’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반도건설의 의결권(지분 3.2%) 행사가 제한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지분 25%에 해당하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지지 여하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24일 ‘반도건설과 그 자회사들이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8.2%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는 3자연합 측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 회장에게 임원 선임을 마지막으로 요구한 지난해 12월 16일부터는 경영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됐음을 추단할 수 있다”며 “그로부터 4일 이내 보유 목적 변경 보고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기 이전에 이미 권 회장이 한진그룹에 경영 참여 목적의 요구를 했다는 한진그룹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진그룹은 권 회장이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과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자신의 첫째 사위 신모씨를 한진칼 감사로 앉히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3자연합이 낸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 역시 기각했다. 3자연합 측은 “자가보험·사우회가 사실상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임에도 한진그룹 측이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 공시에서 이들 지분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 또는 공동보유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이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8.2%에서 5%로 줄어들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시를 위반하면 5%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3.2%의 의결권을 잃으면서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측(33.70%)과 3자연합 측(28.78%)의 지분율 격차는 4.92%포인트로 벌어졌다. 의결권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3.7%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면 양측의 격차는 더 확대된다.

3자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에 불복하고 본안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3자연합은 “비록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준비해온 만큼 이번 주총은 물론 주총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6일께 입장을 밝힐 국민연금(2.9%)과 소액주주의 향방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소액주주 100여 명으로 구성된 ‘소액주주연대’(약 1.5%)는 3자연합의 편에 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정당한 의결권 행사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선아/남정민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