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일반인 여성 74명을 협박해 엽기적인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상에서 수만 명에게 이를 팔아넘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25)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씨는 성 착취물을 제작하면서도 겉으로는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는 등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신상정보와 행적이 드러나면서 공범과 이를 받아본 유료 회원들까지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날 박사방 내 참가자들을 전원 공범으로 간주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낮엔 봉사, 밤엔 성 착취물 제작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 조씨의 신상정보와 얼굴을 공개했다. 25일 오전에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실물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조씨의 공범들은 이번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씨는 인천의 한 전문대에서 정보통신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으며, 학점도 평균 4.0대를 유지해 모범생으로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외적으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을 감추고 다녔다. 조씨가 활동한 인천의 한 봉사단체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0월 군 전역 후 이 단체에서 수십 회 이상 미혼모·장애인 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에는 ‘장애인지원 팀장’까지 직급이 올라갔다. 이 봉사단체 관계자는 “보육원에서 조씨에 의한 피해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까지 n번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물 운영자와 공범 28명 등 총 12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n번방 사건의 시초인 ‘갓갓’의 인터넷주소(IP)를 특정하는 등 신원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갓갓에 이어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모씨(38)는 지난해 9월 이미 구속돼 이달 19일 검찰로부터 징역 3년6개월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수원지방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보강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성 착취물 소지자 전원 수사”
n번방·박사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개설·운영자 및 적극 관여자의 경우 가담 정도에 따라 법정 최고형 구형을 검토하는 등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할 시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리게 하고 있다. 법무부는 공범들도 조씨와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26만 명으로 추산되는 ‘박사방 유료 회원’들도 가담 정도에 따라 공범으로 수사한다. 성 착취물을 단순 소지만 했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인 성 착취물을 소지했더라도 판매할 목적이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n번방·박사방 회원들을 범죄자로 보고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박사방의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 착취물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보고 수사할 것”이라며 “불법행위자에 대한 신상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태웅/이인혁/노유정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