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에 비밀방을 만들어 유포한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텔레그램 n번방에 실수로 들어가도 처벌이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다.
24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 대화방의 참가자를 단순 합산한 결과 26만여명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핵심 운영진인 '박사'로 추정되는 인물인 조모씨가 운영하는 박사방에만 1만명이 동시접속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참가자들에게 20만~150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암호화폐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전 기준 18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20일 게시된 지 나흘 만이다. 이 청원은 올라온지 이틀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한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를 충족했다. 청와대는 이날 2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면서 포털과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텔레그램 n번방에 실수로 들어가도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n번방, 박사방에 실수로 입장했다', '텔레그램을 이미 탈퇴했는데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나', '성착취물 영상이 있는줄 몰랐다'는 등의 항변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은 실수나 우연으로 입장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 입장하기 위해선 '초대'를 받거나 '접속 링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운영진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가입만 돼 있다고 해서 우연히 접속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전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실수로 입장했다는)말을 믿기는 어렵다"며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으면 승인을 안해주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회원들의 말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일뿐 사실을 확인해보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현재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의 최초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 추정 인물을 특정해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본사에 협조를 구하려 하고 있다. 텔레그램의 경우 성착취물 삭제 등 요청은 2~3일 후에 처리가 되지만, 게시자 수사를 위한 인적사항 요청 등의 경우에는 애로가 있어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협업해 확인 요청을 했고, 해외 주재관을 통해서도 확인 중"이라며 "여러 방안을 토대로 확인하고 있으며 본사를 찾으면 외교적 방법을 동원해 협조를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