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n번방 사건' 신상공개 가능" vs 이준석 "국민들이 가재·붕어로 보이나"

입력 2020-03-24 14:45
수정 2020-03-24 14:47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과 더불어 자신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 법률은 이하 2개임. ‘n번방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가능하다"라며 관련 법률 조문을 소개했다.

조 전 장관이 제시한 성폭력특례법 조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자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2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포토라인(공개소환) 에 대해서 언급했더니 신상공개로 답을 한다"면서 "신상공개 말고 포토라인에 세우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청원 제목인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를 다시 강조하며 "모든 사람이 가재·붕어·개구리로 보이나보다"라고 저격했다.

가재·붕어·개구리는 조 전 장관이 지난 2012년 트위터 올린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본인의 자녀 입시를 위해서 거짓으로 스펙을 쌓은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샀다.


앞서 이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 재직 시절 시행된 공개소환 폐지로 '박사방'(n번방 중 하나) 운영자 조모씨와 같은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기가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도한 "조 전 장관이 성폭법상 신상공개를 재판후 법원이 하는 신상공개로 오해한게 아닌가 싶다"면서 "성폭력법 25조 신상공개는 얼굴 성명 나이인데 이걸 공개하는 방법으로 구속 수사라면 구치소에서 경찰서 왔다갔다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언론 노출인데 이게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은 머그샷 혹은 과거 인물사진이 아니라 현재 조주빈 모습을 보고 그의 목소리를 듣기를 원하는 건데 신상공개 결정나도 고유정 커튼머리보다 못한 게 될 듯 하다"라고 전망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서울 내자동 청사에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얼굴, 이름 등 신상공개 여부를 논의한다. 심의위는 3명의 경찰 내부위원과 4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다수결로 결정된다.


하지만 전날 SBS가 8시 뉴스를 통해 조씨로 확인됐다는 인물의 신상을 보도하고 이를 다수 매체가 따라 공개하면서 이름, 얼굴 등에 대한 공개는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날 심의위에서는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 보다는 '신상공개 방식'을 결정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번방 사건' 용의자들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어려워진 이유는 인권보호수사규칙을 통해 포토라인 공개금지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23일 논평을 통해 "포토라인 공개금지가 힘들어진 것은 제1호 수혜자는 ‘조국 前 장관’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원석 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미성년자 등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비밀회원들로부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아 유포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피해여성은 74명이며 이중 아동과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은 16명에 이른다. 피해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로 포토라인 폐지 수혜자들은 정의를 대의명분으로 앞세웠던 조국과 그 가족들을 비롯한 위선 잔당들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인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치주의를 파괴한 저들의 ‘고무줄 정의론’이 정작 국민의 알 권리와 법치의 실현이 요구받는 현 시점에는 가장 큰 선물을 안겨다 준 셈이 된 것이다"라면서 "미래통합당은 n번방 사건에 준엄히 공분하며,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박사’와 ‘갓갓’ 등을 엄벌할 것으로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죄 없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조국이 만들어낸 왜곡된 특혜에 기대어 잊힐 경우 제2, 제3의 n번방 가해자들은 영구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셈이 될 것이다"라며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 당국은 ‘조국발(發) n번방 선물’이나 진배없는 포토라인 공개금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청원은 이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24일 오후 기준 25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조씨와 대화방 참여자의 신상공개와 함께 이들을 포토라인에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