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쏴서 잡자?'…전세계 총기 판매 급증

입력 2020-03-24 14:23
수정 2020-04-23 00:32

세계 각지에서 총기류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정부가 국가비상사태 등을 선포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국 A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총기류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곧 종말이라도 올 것 마냥 총과 탄약을 사들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온라인 탄약 판매업체 애모닷컴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2월 매출과 거래 건수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9%, 222%씩 급등했다. 애모닷컴 측은 회사의 최근 업황에 대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산하 국가신속범죄신원조회시스템(NICS)의 신원 조회 건수는 올해 2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총기 판매업자로부터 총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은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통과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총기 판매가 는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인 NZ헤럴드에 따르면 최근 수도 오클랜드 지역 총포상에는 고객들이 몰려 밖에까지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매일 나타나고 있다. 한 시민은 "총포상에 늘어선 줄이 마치 식료품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헝가리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서도 근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각지에서 이 같은 신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와 같은 고강도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CNN은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는 총기 산업에 예상치 못한 호재가 됐다"며 "총기에 대한 '패닉 쇼핑'이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하는 일이 까다로워진 것도 최근 총기 판매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각 주의 경찰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긴급 상황 발생 시에만 출동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형사 사건 위주로만 수사를 진행한다는 얘기다. 경찰과 시민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경찰국(LAPD)에서는 최근 소속 경관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실제 신변 위협을 느껴서 총기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감이 고조되면서 스스로 무장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총기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리우는 "최근 방문 고객의 80~90%가 총기를 처음으로 구입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총기점의 주 고객층은 아시아계로 평소 중국인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에서 온 이민자들도 방문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