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24일(14: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한진칼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주축인 반도건설의 의결권에 제한이 생기며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승기가 사실상 조 회장 측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서울지방법원은 3자연합이 지난 3일 제출한 “반도건설이 보유한 8.2%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주총에서 행사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또한 지난 12일 3자연합이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3.7%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의결권 기준)은 약 33.70%다. 조 회장(6.52%)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가족 지분에 특수관계인(4.15%), 우호세력으로 꼽히는 미국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의 지분을 더한 것이다. 델타항공과 카카오, GS칼텍스 등은 한진그룹과 사업상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조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맞서는 3자연합 지분율은 31.98%가량이다. 단일 주주로는 한진칼 최대주주인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강성부펀드·17.29%)와 반도건설(8.20%), 조현아 전 부사장(6.49%) 등이 보유한 지분이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1.72%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이번 법원 판결이 나면서 반도건설의 지분 가운데 의결권이 인정되는 지분은 5%로 3.2%포인트가 줄어들었다. 한편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자가보험(2.47%)·사우회(1.23%)의 의결권 행사는 인정되면서 양측의 격차는 7~8% 이상으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종전까지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았던 국민연금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미국계 ISS가 조 회장의 연임 안건에 찬성 권고를 한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게 점쳐진다. 설령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확보한 지분 격차가 커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