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고객 달랑 4명… 카지노도 결국 ‘코로나 코마’

입력 2020-03-24 16:48
수정 2020-03-24 16:50
세븐럭,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에 들어갔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파라다이스그룹은 24일 "코로나19 해외 유입에 대한 우려로 다음달 6일까지 2주 동안 카지노 객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국 17곳 카지노의 잇단 운영 중단 조치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주 수입원인 카지노납부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세븐럭·파라다이스 카지노 내달 6일까지 '휴장'

세븐럭과 파라다이스가 휴장에 들어가면서 국내 카지노 시장은 '올스톱' 됐다. 세븐럭과 파라다이스 6곳 카지노는 전국 16곳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체 연매출의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는 지난 2월 23일 휴장을 시작해 다음달 6일까지 운영 중단을 연장했다. 지난 2월 무사증 입국이 금지된 제주도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상당수는 한 달 넘게 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하는 세븐럭 카지노는 서울 삼성동과 중국 남대문로, 부산 부전동 롯데호텔 등 3곳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과 부산 해운대구, 인천 영종도 등 세 곳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240여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용객의 80%가 넘는다. 연간 매출 규모도 1조원에 육박한다.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들은 유급휴가에 들어갔다. 객장운영 등 영업 인력은 전체 직원의 80%를 차지한다. 그랜드코리아레저 본사와 3개 카지노에 는 18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휴장기간에도 본사 임원과 관리직 인력은 정상적으로 근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지노 이용객 '제로(0)'… 카지노납부금 감소 불보듯

세븐럭과 파라다이스 등 카지노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이용객이 급감했다. 지난 2월 평소의 절반 가까이 준 이용객은 일본과 호주 등이 한국발 입국제한, 여행금지 조치를 취한 3월 들어 90% 넘게 줄면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관계자는 "가물에 콩 나듯 하던 국내 거주 외국인도 발길을 끊으면서 하루 이용객이 4~5명 미만에 머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매출이 재원인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카지노납부금이 줄어들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광 재정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출국납부금과 카지노납부금, 융자원금회수가 주 수입원이다. 카지노가 전년도 매출액 기준 9.5~10%를 내는 카지노납부금은 전체 기금 수입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한다. 올해 문체부가 예상한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 1조3147억원 중 카지노납부금은 20%가 넘는 2696억원이다.

정부 코로나 피해지원 사각지대 놓인 카지노 근로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피해지원에서 "카지노 근로자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카지노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특별융자를 포함해 각 부처마다 쏟아내는 코로나 지원방안에 카지노는 도박, 사행업종으로 분류돼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몇 영세 카지노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전기세 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졌지만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지노 업계 한 관계자는 "카지노는 근로자 고용 안전을 위해 시행하는 고용안전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며 "카지노가 사행산업에 속한 것은 맞지만 근로자는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똑같은 근로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17곳 카지노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7500여명 수준이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