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본 자사 고객에게 일정 비율을 자체적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고객을 상대로 직접 보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영증권은 23일 라임운용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투자 원금(총 890억원)의 일부분을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이처럼 자체 보상안을 마련하는 것이 ‘배임 혐의’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 복수의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증권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율보상안을 확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펀드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에 따라 환매를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보상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준과 보상 비율 등은 투자자마다 서로 사정이 다른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을 통해 라임운용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이번 보상안을 수용한다면 금융감독원이나 법원에 제기한 민원 또는 소송은 자동적으로 취하된다.
신영증권은 보상안을 마련하면서 호주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액 904억원을 배상한 KB증권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JB자산운용과 함께 지난해 3~6월 호주 장애인 임대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JB호주NDIS펀드’를 조성해 개인투자자에게 904억원어치를 판매했지만 현지 운용사가 아파트가 아니라 토지를 사들인 것이 드러나면서 펀드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KB증권은 현지 운용사와 소송전에 나섰지만 개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904억원을 전액 보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가 펀드 운용상의 문제로 발생한 손실을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판매사의 위법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 수단으로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돼 있다”며 “KB증권과 신영증권 모두 이 법 조항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B증권이 개인에게만 보상한 것과 달리 신영증권은 기관 고객에게도 일정 비율을 보상할 계획이다. 전체 판매액 가운데 기관에 판매된 금액은 241억원 규모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