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법은 백신을 언제,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백신 개발과 관련한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대규모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설립돼 국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제롬 김 사무총장(61·사진)은 23일 기자와 만나 “제대로 된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만 쓸 수 있는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백신의 성능이 안정적이라는 결과를 얻고 상용화까지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봉천동(서울대 관악캠퍼스 후문 인근)에 둥지를 튼 IVI는 백신 개발과 보급을 위해 1997년 설립됐다. 현재 유엔과는 분리된 독립적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백신 개발과 보급을 맡고 있다.
지난주 IVI는 한국 산업계·학계와 손잡고 백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에 쓸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회사인 제넥신, KAIST, 포스텍 등과 산·학·연 컨소시엄을 꾸렸다. IVI는 검사 장비 등을 지원하고, 백신의 효력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김 사무총장은 국제 공조 확대에서 코로나19의 해법을 찾았다. 그는 “대규모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각국의 민간 기업과 정부가 백신 개발에 달려들었지만 결론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채 끝난 경우가 많았다”며 “백신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민간 기업과 정부 등 다양한 주체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2017년 전염병 예방 목적으로 설립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국제적인 ‘공동 방어전선’을 구축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부임한 김 사무총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약 20년간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연구한 HIV 백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00년대 초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서 해외 독립운동을 이끈 애국지사 김현구 선생의 손자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IVI도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기구나 민간 기업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며 “개발도상국에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