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가 2년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국민은행 등 은행, 보험사들이 금융결합 알뜰폰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낸 결과란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싼 알뜰폰 요금제를 찾는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영향으로 요금 경쟁력을 잃어 수년간 침체에 빠졌던 알뜰폰 시장이 회생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 3사 대신 알뜰폰 선택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5만2827명으로 3949명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업체가 통신사에 빼앗긴 가입자보다 빼앗아온 가입자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알뜰폰 번호이동 인원이 순증한 건 1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알뜰폰업체들은 작년 한 해에만 3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통신사에 빼앗겼다.
은행의 알뜰폰 진출에 따른 ‘메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여 이체 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요금을 깎아주거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고객을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뜰폰 브랜드 ‘리브M’을 출범하고, 방탄소년단(BTS)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리브M은 월 2만원대의 파격적인 LTE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통신사 LTE 무제한 요금제의 반값 수준이다. 이 요금제는 알뜰폰 시장 내 요금 경쟁을 촉발했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 등도 이에 대응해 2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다른 은행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은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을 담당하는 SK텔링크와 함께 ‘하나원큐’ 요금제 8종을 선보였다. 하나은행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통신요금을 최대 4400원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보험회사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SK텔링크는 교보생명, KT M모바일은 DB손해보험과 손잡고 알뜰폰 상품을 선보였다.
금융사와 통신사가 손잡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두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통신과 금융을 결합하면 가입자를 묶어두는 ‘록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경쟁도 치열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계기로 내놓은 알뜰폰 지원책도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도입 경쟁을 촉발하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브M은 LG유플러스망을 활용해 알뜰폰업계에서 처음으로 5G 요금제를 내놨다. KT도 M모바일 등과 5G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에게 최대 100GB의 추가 데이터를 준다. SK텔레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망 도매대가 협의를 마치고 이달 알뜰폰 5G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알뜰폰업계의 서비스 경쟁도 활발해지고 있다.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싼 가격만 내세우기보다는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알뜰폰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용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올해 알뜰폰 가입자는 전년 대비 35만 명 순증한 810만 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