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1년의 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5%가량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국내 저축은행의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이 77조1488억원으로 2017년(69조5157억원) 대비 1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1조2723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3.7%)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4.89%) 등 건전성 지표도 전년에 비해 나아졌다. 자기자본은 9조364억원으로 2018년 7조7860억원보다 1조2504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업계는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2011년 6월의 자산 규모(76조7010억원)를 8년6개월여 만에 넘어선 것에 고무돼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를 크게 늘리면서 촉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거치며 PF가 대거 부실화했다. 2011년 정부는 부산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을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했고, 20여 개 저축은행을 폐쇄·영업정지시키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80조원을 웃돌던 저축은행의 총 자산 규모는 2015년 상반기 40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후 4년여간 저축은행들은 꾸준히 실적을 회복했다. 인수합병(M&A)이 속속 이뤄지면서 자산 규모 조(兆) 단위의 저축은행이 등장했고,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아졌다.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대출보다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104개(2010년 6월 기준)에 달하던 저축은행 수는 79개(2019년 말)로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신규 고객을 대거 확보하면서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동일 차주에 대한 100억원 대출 제한과 유가증권 투자한도 규제, 영업권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PF 부실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된 대출 제한 규제는 자산이 수조원으로 불어난 대형 저축은행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방 저축은행들이 연체율 상승 등으로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