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실업 문제로 확산되면 부동산 하락 불가피"

입력 2020-03-23 11:49
수정 2020-03-23 11:5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실업 문제로 확산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3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택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는 다른 감염병과는 달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실물경제 부진이 장기화돼 실업 문제로 번진다면, 주택시장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발병한 감염병인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확산 전후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면서도 "이번 코로나19는 이전과는 달리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 경기 하강은 안전자산인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12·16 대책에서 강화된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이 어려워진 점도 지적했다. 실업자들이 생활자금으로 유용하기 위해 주택 판매에 나설 경우, 기존 주택의 공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주택가격은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2003년 3월~)와 신종플루(2009년 4월~), 메르스(2015년 5월~) 등 본격적인 확산 전후 전국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확산 1개월 전인 2019년 12월 이후 최신 통계가 발표된 2020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다른 감염병과 달리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감염병 확산 이후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조정에 그쳤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증시 하락, 10년물 국고채 금리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시장에 전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제유가 역시 200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실물경제에도 전과는 영향력이 크다는 게 김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실물경제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실업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 7891억원으로 작년 11월 대비 31.8% 증가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2월 35.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실업을 대비해 대규모 부양책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았다. 유럽에서는 폴크스바겐, FCA, 르노, PSA 등 '자동차 빅4'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1400만명에 달하는 직간접 고용 인원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40대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이 주택구입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투입되고 있다"며 "만약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면 담보대출시장을 경유해 주택시장에 하방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는 수년간 주택시장에 강력한 금융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단기적 금융 위험은 낮은 편"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실물경제 부진이 초래할 위협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