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는 여전히 병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자가 대기 중인 확진자가 227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2일 기준 124명으로 줄었다.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예방적 대응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체 병상 중 공공의료기관이 보유한 병상 비율은 10.2%(OECD 평균 70.8%)다. 두 지표 모두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부족이 갑작스러운 감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은 “기간, 규모, 파급력 예측이 불확실한 감염병이 발생해 단기간에 환자가 대량으로 생겼을 때 공공의료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금방 초과할 수 있다”며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해 취약 지점을 보강하는 공공의료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족한 병상 수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3일 대구에서 생활치료센터가 처음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대구 환자는 1871명이다. 대구, 경북, 충주 3곳의 생활치료센터 정원은 2987명이다. 현재 2106명이 입소해 있다. 서울시가 태릉선수촌을 시작으로 2040명 규모의 생활치료센터 개설을 추진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외신들은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가 한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위험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의료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공의료기관의 음압병상 수 확대 및 이동형 음압기 일정량 확보 등을 의무화하고 이로 인한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의 음압병상 설치와 운영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감염병 환자 진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며 “공공의료기관을 다수의 긴급 환자에 일차적으로 대응하는 ‘책임의료기관’으로 먼저 활용한 뒤 민간의료기관으로 범위를 넓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