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유발 하라리 "한국서 배워라…국수주의보다 글로벌 연대"

입력 2020-03-22 20:32
수정 2020-03-22 22:26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으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44)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하라리 교수는 이들 국가는 광범위한 테스트, 투명한 정보 공개, 정보력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이스라엘 등이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앞으로 정부가 개인의 생체 정보까지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한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중국은 스마트폰과 안면인식 카메라 등으로 개인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가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깨닫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라리 교수는 "과학과 공권력(정부), 언론 등이 신뢰를 쌓으면 시민 사회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정보 공유, 의료장비 생산 협력, 경제적 교류 등을 주문했다. 그는 "전쟁 중에 국가들이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생산라인을 '인류화'하도록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하라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14년 에볼라 발병 때와는 달리 글로벌 지도자의 직무를 포기했다"며 "가장 가까운 동맹국(유럽 국가)마저 버렸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하라리 교수의 FT 기고문 내용]

인류는 지금 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마도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사람들과 정부가 하는 결정은 아마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세계를 형성할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우리의 헬스케어(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경제, 정치,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또 우리의 행동에 따른 장기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당면한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일단 폭풍이 지나가면 어떤 세계에 살 것인가'를 자문해봐야 한다. 그렇다. 폭풍이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많은 단기 비상 대책들은 우리 삶에 고착화될 것이다. 그것이 비상사태의 본질이다. 그것은 역사적 과정을 빠르게 한다. 평소에는 몇 년의 숙고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결정이 몇 시간 안에 통과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미성숙하고 심지어 위험한 기술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국가는 대규모 실험 대상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원격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 하면 어떻게 될까. 정상적인 시기에는 정부, 기업, 교육위원회가 그런 실험을 하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시기가 아니다.

이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특별히 중요한 두 가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권한' 사이의 문제다. 두 번째는 '국수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의 문제다.

밀착 감시 사회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특정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것을 달성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정부가 사람들을 감시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은 모든 사람을 항상 감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50년 전만 해도 러시아 KGB는 2억4000만명에 이르는 옛 소련 사람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었고, 수집된 모든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도 없었다. KGB는 요원들과 분석가들에게 의존했고, 모든 사람들을 추적할 만큼 요원을 배치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인간 스파이 대신 '유비쿼터스 센서'와 강력한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몇몇 정부는 이미 새로운 감시 도구를 배치했다. 가장 주목되는 사례는 중국이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면밀히 감시하고, 수억 대의 안면인식 카메라를 사용하고, 사람들에게 체온과 의료 상태를 확인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의심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를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은 시민들이 감염자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경고해줬다.

이런 종류의 기술은 동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이스라엘 보안국에 테러리스트들과 싸울 때 쓰는 감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관련 국회 소위원회가 이 조치의 승인을 거부하자 네타냐후는 '비상령'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당신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은 사람들을 추적하고, 감시하고, 조종하기 위해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사태는 감시의 역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동안 감시 기술 사용을 거부해온 국가에서도 대량 감시 도구를 일상적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뿐만 아니라 '근접(over the skin) 감시'가 '밀착(under the skin) 감시'로 급속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당신의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고 링크를 클릭했을 때, 정부는 당신이 정확히 무엇을 클릭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관심의 초점이 바뀐다. 정부는 손가락의 온도와 피부 아래의 혈압도 알고 싶어한다.

'이스라엘의 비상 푸딩령'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중 하나는 우리가 어떻게 감시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무엇을 가져올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시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10년 전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였던 것이 오늘날에는 낡은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24시간 체온과 심박수를 재는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하도록 요구하는 가상의 정부를 생각해 보자. 데이터는 정부 알고리즘에 의해 저장되고 분석된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알아차리기 전에 당신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은 또한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당신이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감염 경로를 빠르게 차단할 수도 있다. 그러한 시스템은 틀림없이 수일 내에 전염병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물론 단점은 이것이 무시무시한 새로운 감시 시스템에 합법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CNN' 링크보다는 '폭스뉴스' 링크를 더 클릭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은 내 정치적 견해와 어쩌면 내 성격까지도 알려줄 수 있다. 특정 영상을 보면서 내 체온, 혈압, 심박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다면 무엇이 나를 웃게 하고 무엇이 나를 울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정말로 화나게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노와 기쁨, 권태와 사랑은 열과 기침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침을 확인하는 기술로 웃음을 식별할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가 우리의 생체 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잘 알 수 있고, 그들은 우리의 감정을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조작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팔 수도 있다. 제품이든, 정치든 말이다. 이런 생물학적 모니터링은 캠브리지 분석가의 데이터 해킹 전술을 석기시대 것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모든 시민이 24시간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해야 하는 2030년의 북한을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위대한 지도자의 연설을 듣고 있는데 팔찌가 당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당신은 끝장이다.

물론 당신은 비상사태 동안에만 임시 조치로서 생체 감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일단 비상사태가 끝나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 조치는 영구적으로 비상사태를 방지하려는 고약한 습관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고국인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전쟁 기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것은 언론 검열과 토지 몰수에서부터 푸딩을 만드는 특별 규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임시 조치를 정당화했다. 독립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이스라엘은 결코 비상사태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고, 1948년의 '임시 조치' 중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았다. (그 '비상 푸딩령'은 2011년에서야 자비롭게 폐지됐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제로(0)로 내려갈 때도 데이터에 굶주린 일부 정부들은 바이러스의 제2 확산이 두렵거나, 중앙아프리카에서 진화하는 새로운 에볼라 변종이 있기 때문에 생체 감시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당신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의 사생활을 둘러싼 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전투의 정점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사생활과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때 보통 건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누 경찰'은 필요 없다

사람들에게 사생활과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생활과 건강을 둘 다 누릴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고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가장 성공적인 노력을 한 나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다. 이들 국가도 추적 앱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그들은 광범위한 테스트와 투명한 자료 공개, 똑똑한 시민들과의 협력에 훨씬 더 의존해왔다.

중앙집중식 감시와 가혹한 처벌만이 사람들이 지침을 따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실들을 들을 때, 그리고 사람들이 공권력을 믿고 이런 사실들을 말할 때, 시민들은 그들의 어깨 너머로 지켜보는 '빅 브라더' 없이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다. 자기 동기부여를 하고 정보력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시받는 무지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것은 인간의 위생에 있어 가장 위대한 발전 중 하나다. 이 간단한 행동은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다. 우리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과학자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의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19세기 들어서였다. 이전에는 의사와 간호사조차 손을 씻지 않고 한 수술에서 다른 수술로 옮겨갔다. 오늘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해 들어봤기 때문에 비누로 손을 씻는다. 이 작은 유기체들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비누가 그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준수와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과학을 믿고, 공권력을 믿고, 언론을 믿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의도적으로 과학, 공권력, 언론 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지금 이처럼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권위주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대중이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일반적으로 수 년 동안 침식된 신뢰는 하루 아침에 재건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마음 역시 빠르게 변할 수 있다. 형제들과 몇 년 동안 심한 말다툼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갑자기 신뢰와 호의의 숨겨진 저수지를 발견하면서 서로 도우려 한다.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대신 과학과 공권력, 언론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기술도 활용해야 하지만 이 기술들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나는 내 체온과 혈압을 재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자료가 강력한 정부를 만드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그 자료는 내가 좀 더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하루 24시간 동안 자신의 의학적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위험이 되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습관이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를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나는 정부가 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올바른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감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이러한 감시 기술은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정부를 감시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시민권과 관련한 중요한 시험이다. 앞으로 우리 각자는 근거 없는 음모론과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적 자료와 의료 전문가를 신뢰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유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

우리가 직면하는 두 번째 중요한 선택은 국수주의적 고립과 세계적 연대 사이에 있다. 전염병 그 자체와 그에 따른 경제 위기는 모두 세계적인 문제다. 그것은 오직 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바이러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다.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을 감염시키는 방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귀중한 교훈과 대처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이탈리아 의사가 밀라노에서 이른 아침에 발견한 것은 저녁 무렵이면 이란 테헤란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정부가 여러 정책 사이에서 망설일 때 이미 한 달 전에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했던 한국인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협력과 신뢰의 정신이 필요하다.

각국은 공공연히 정보를 공유하고 겸허하게 조언을 구해야 하며 그들이 받는 자료와 통찰력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진단 키트와 인공호흡기 같은 의료 장비를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해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들이 의료 장비를 사재기하고 자국에서만 비축하려 하는 대신에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의료장비 생산을 더 가속화하고 이것이 더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중에 국가들이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생산라인을 '인류화'하도록 요구할지도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 사례가 거의 없는 부유한 나라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나라들이 도와줄 것이라 믿고 많은 환자가 발생한 나라에 귀중한 장비를 기꺼이 보내야만 한다.

우리는 의료진을 모으기 위한 비슷한 세계적인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영향을 덜 받는 국가들은 의료진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도 있다. 전염병이 이동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움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제와 공급 사슬의 세계적 특성을 감안할 때 각 정부가 다른 정부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의 일만 한다면 그 결과는 혼란과 심화되는 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행동 계획이 필요하고, 그것을 빨리 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여행에 관한 세계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몇 달 동안 모든 해외 여행을 중단하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을 일으킬 것이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방해할 것이다. 국가들은 과학자, 의사, 언론인, 정치인, 사업가 등 필수 여행자들이 국경을 계속 넘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출국 전에 여행자를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하게 선별된 여행자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고 신뢰한다면, 당신은 그 여행자들을 당신의 나라로 기꺼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세계 각국은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단 마비가 국제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어른들이 없는 것 같다. 이미 몇 주 전에 공동의 행동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세계 지도자들의 긴급 회의를 예상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최근 겨우 화상회의만 했고,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4년 에볼라 전염병과 같은 이전의 글로벌 위기에서 미국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 행정부는 지도자의 직무를 포기했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보다 미국의 위대함에 대해서만 훨씬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매우 분명하게 했다.

미국 정부는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도 버렸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을 금지했을 때 그 과감한 조치에 대해 EU와 협의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전 통지도 하지 않을 만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미국은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독점권을 얻기 위해 독일 제약회사에 10억달러를 제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지금의 정부가 결국 방침을 바꿔 세계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더라도 그동안 책임 지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모든 공로는 자기에게 돌리는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남긴 공백을 다른 나라들이 메우지 않는다면 현재의 전염병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것의 유산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국제관계를 계속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또한 기회다. 우리는 현재의 전염병이 지구촌의 분열로 야기되는 심각한 위험을 인류가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야 한다.

인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연대의 길을 택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분열을 선택한다면 이것은 위기를 연장시킬 뿐만 아니라 아마도 미래에 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연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리일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인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모든 미래의 전염병과 위기들에 대한 승리일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