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급등, 세금 늘지만…재건축 추진엔 도움되겠죠"

입력 2020-03-24 17:05
수정 2020-03-25 00:39
“정말 웃프네요(웃기면서 슬프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의 한 빌라 소유주의 말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게 됐지만 사업에 속도를 내기엔 좋은 여건이 마련돼서다. 개시시점의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부담금이 줄어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구조가 그를 울고 웃게 했다.


환수제는 사업을 마친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18년 1월 1일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에 적용된다.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이 올해 공시가격 인상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환수제의 부담금 결정 산식 때문이다. 환수제는 사업 종료시점의 주택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그동안의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공제해 부담금을 따진다. 여기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이란 추진위원회 승인 시점의 공시가격이다. 추진위가 설립된 해의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부담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한 재건축 단지 주민은 “올해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 설립을 모두 마친다면 급등한 현재 공시가격이 기준점이 된다”며 “추진 주체를 두고 다툴 때가 아니라 분담금을 줄일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던 일부 단지 주민도 그동안 이 같은 이유로 한국감정원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시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최근 2년 연속 공시가격 상승을 요구한 광장동 워커힐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의 경우 아예 추진위 설립을 미루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20%가량 오른 뒤에야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 재건축 사업장들이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업 추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릴레이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목동 일대 신시가지 단지들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가운데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과천의 경우 ‘3기 재건축’인 과천주공8·9단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추진위 설립 이후 10년 안에 사업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사업이 지체되면 부담금 절감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