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자사 첫 프리미엄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LG V60 씽큐 5G'를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만 선보인다. 국내 시장 미출시를 선택한 LG전자의 결정이 부진을 겪고 있는 LG 스마트폰 사업의 반등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부터 미국 현지 통신사 AT&T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LG전자가 내놓는 세 번째 듀얼스크린폰 V60 씽큐 판매를 개시했다. LG전자는 다음달부터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도 V60 씽큐를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가 'V'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 LG전자는 국내 시장에는 프리미엄 플래그십 V 시리즈를, 해외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의 'G' 시리즈를 출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전략을 바꿨다. 국내에 V 시리즈를 출시 않고 대신 G 시리즈를 내놓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각국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출시 국가를 선정, 이익을 끌어올려 스마트폰 사업 부문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LG전자의 고심이 녹아있다.
V60 씽큐를 출시하는 국가들은 모두 '5세대 이동통신(5G) 개화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통상 5G가 막 상용화되면 이동통신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푼다. V60 씽큐가 고가에도 이들 국가에선 높은 보조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LG전자는 판단했다.
국내 시장 미출시를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5G 기기에 대한 국내 이통사들 보조금은 50만원대(갤럭시S10 기준)에 달했다. 올해는 보조금이 2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통사들은 한국 시장을 '5G 개화기'를 벗어난 상황으로 분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출시 국가 간에도 V60 씽큐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등 유연한 전략을 구사한다. 일본 최대 이통사 NTT 도코모에 따르면 LG전자는 일본에서 LG V60 듀얼스크린 모델 가격을 미국(약 111만9255원·899달러)보다 높은 약 138만원(11만8008엔)으로 책정했다. 일본 시장은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른 이통사 마케팅 경쟁과 함께 비공식 지원금이 성행하는 만큼 추가 마진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듀얼스크린이 가능한 V60 씽큐는 6.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퀄컴 스냅드래곤 865를 탑재했다. 8K 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도 뛰어나다. 6400만 화소 메인카메라·1300만 화소 초광각카메라·비행시간 거리측정(ToF)를 탑재했다. 4채널 마이크에 배경 소음을 제거하고 목소리만 또렷하게 담는 '보이스 보케' 기능 등으로 멀티미디어 성능을 높였다. 능동정전기(AES) 방식 스타일러스 펜도 인식한다.
LG전자는 해외에선 듀얼스크린이 어느정도 익숙한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가 됐다는 점, 최근 나온 여타 플래그십 모델과 달리 이어폰 단자를 탑재했다는 점 등에서 V60 씽큐가 외신들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V50 씽큐가 약 143만4200원(1152달러)에 출시된 데 비해 저렴해진 가격도 흥행을 점치는 요소다. 올해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에 비해서도 약 12만4500원~24만 9000원(100~200달러) 싸다. 미국 정보통신(IT) 매체 더버지는 "LG V60 씽큐 5G는 갤럭시S20 시리즈에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춰 충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현지에서 LG전자 인지도가 낮은 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향후 LG V60 씽큐가 출시될 유럽 등 시장도 마찬가지. LG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약 3000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2%에 그쳤다. 4000만대를 판매한 전년 대비 약 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선 LG전자의 이번 플래그십 한국 미출시가 국내 시장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의 존재감을 줄일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LG전자는 최근 선보인 30만원대 실속형 'Q51'과 올해 출시 예정된 100만원대 이하 G 시리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당분간 시장 환경에 맞춰 제품 출시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플래그십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대신 다른 국가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이유"라며 "다음 플래그십도 국내 미출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