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에서 생각 만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가사 분담이다. 한국의 신혼부부들은 결혼 전 꿈꿨던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종종 실망감을 드러낸다.
30대 여성 A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 후 파출부가 된 것 같다"는 글을 올려 고민을 토로했다.
A씨와 남편은 결혼 2년차 부부로 2년 내 아이를 낳을 계획이다. 외벌이로 육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상의 끝에 맞벌이를 하기로 했다.
연애 시절 남편은 A씨의 자취방에 와서도 청소, 설거지 등 말하지 않아도 척척 해줬다. 결혼의 결정적인 이유도 그의 자상함이었다. 워낙 생활력이 강했던 터라 맞벌이를 해도 가사 분담을 철저히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A씨는 최근의 삶에 대해 '투잡 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 후 주로 남편이 먼저 퇴근했다. 처음엔 간단하게라도 저녁 식사를 차려 놓아주길 기대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퇴근하면 허물처럼 옷을 벗어놓고, 정리도 하지 않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너무 바빠서 밥만이라도 해달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이제 겨우 밥만 할 수 있는 상태다. 내가 야근하느라 혼자 저녁을 챙겨야 하는 남편에게 냉장고에 있는 양념고기에 야채만 구워 먹으랬더니 양파를 썰다가 손을 크게 베였다. 그 이후로는 해먹으라고 말도 못 꺼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이후에 배달 음식을 시켜주는데 다 먹은 후 앞접시만 싱크대에 넣어 놓고, 음식 남은 건 뚜껑만 덮은 채 치우지도 않는다. 환기도 안 시키고, 소파나 바닥에 뭐든 흘리고 묻히는 일이 일상다반사다"라고 토로했다.
야근 후 퇴근한 A씨는 남편의 잔해(?) 들을 치우느라 늦은 밤까지 쉬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는 "연애 때는 정말 안 그랬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고 하고, 신혼집 처음 들어왔을 때도 채소도 씻어주고 거들어줬다. 이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화를 내야 겨우 움직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나서 파출부가 된 기분이 든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모르겠다. 사랑 받고 사는게 뭔지도 모르겟고, 이럴거면 차라리 가사도우미를 쓰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요즘 남자들 바뀌고 있다고 해도 여자들의 80%는 이러고 살 것", "남편이 본성을 감쪽같이 숨긴 것", "전업주부도 그렇게 까지 안 한다", "아내들이 다 해주니까 버릇 든 듯", "증거 사진, 일기 다 남겨 놓아야 이혼하고 싶을 때 유리할 듯", "손가락 벤 게 무슨 대수라고, 앞으로 본인 밥은 스스로 차려먹도록 방치하라"고 조언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벌이 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에서도 아내는 남편보다 2배 이상의 육아·가사 부담을 지고 있었다. 맞벌이는 좋고, 가사 분담은 싫다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은 결혼을 시작함과 동시에 하루에 몇 시간씩 반복해서 해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서로의 생활 루틴을 맞춰가며 가사도 분담해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가사를 여성의 일로 한정하지 않고, 강력히 반반부담 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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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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